KIA 출신 20홈런 포수의 진짜 저력…FA 재수생 살릴까 ‘LG 무형의 자산’[MD스코츠데일]

[마이데일리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김진성 기자] “먼저 가서 얘기하지 않는다.”

LG에서 2023시즌을 준비하는 포수 박동원. 20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에, 리그 최상위급 수비력, 수준급 주자견제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공수겸장 포수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소통이다.

포수에게 소통능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투수들, 내야수들과 1년 내내 합을 맞추고 사인을 교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 조금만 흔들려도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는, 포수에겐 소통의 장이다.

박동원도 경험을 쌓으면서 소통 능력이 향상된 케이스다. 그에게 특별한 건 투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소통을 잘 하는 포수가 안 다가선다고? 얼핏 보면 이상하지만, 최근 LG의 스프링캠프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타디움에서 만난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

박동원은 “지금은 내가 먼저 가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진지하게 그 투수의 얘기를 들을 수 없다. 내 얘기가 100% 정답은 아니지만, 이럴 경우 그 선수는 들을 준비가 안 됐다. 내가 먼저 투수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투수 입장에선 서운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라고 했다.

투수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그 타이밍에 무슨 얘기를 해주고 듣고 해야 서로 소통이 되고, 그 투수도 자신의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경우가 많았다는 게 박동원 얘기의 핵심이다. 그래서 박동원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다”라고 했다.

박동원은 투수들이 다가올 때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LG 투수들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투수들이 먼저 다가오면 얘기를 확실하게 해주는 편이다. 답을 애매하게 해버리면 서로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투수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잘 들어준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박동원은 자신이 투수들에게 해주는 얘기가 100%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 자신 역시 투수들이나 다른 동료들의 얘기를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그는 “내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할 뿐이다”라고 했다.

그런 박동원에게 먼저 다가온 LG 투수가 있었다. 올 시즌 선발 경쟁을 펼치는 우완 임찬규다. 2022-2023 FA 시장에서 자격 행사를 하지 않은, 그래서 올 시즌 성적이 매우 중요한 투수다. 박동원은 “최근 찬규가 내게 뭘 물어보길래 얘기해준 게 있다”라고 했다.

임찬규는 작년 23경기서 6승11패 평균자책점 5.04였다. 2020시즌 10승을 달성한 뒤 2년 연속 10승에 실패했다. 31세의 FA 재수생은, 그동안 키움, KIA 등 외부에서 자신을 상대했던 포수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박동원은 임찬규에게 용기를 줬다. “찬규는 수직무브먼트가 되게 좋은 투수다. 그렇게 좋은 걸 갖고 있으니 잘 될 것이라고 얘기해줬다”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강조한 건 데이터다. 박동원은 “눈에 보이는 것만 갖고 얘기하면 선수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얘기해줘야 한다. 그래서 투수둘의 RPM 같은 것들도 유심히 체크한다. 데이터를 갖고 얘기해야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했다.

박동원의 소통법이 LG를 대권도전으로 이끌 비밀무기라고 한다면 과장이다. 그것보다 박동원이 20홈런을 치고, 투수들이 잘 던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단, 박동원의 소통기술이 LG를 파고든다면, 그 자체로 LG의 케미스트리가 한결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른바 ‘무형의 자산’이다. 다른 포수들도 박동원처럼 소통법을 갖고 있겠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한편으로 박동원의 이런 마인드는, 지도자들이 지녀야 할 마인드이기도 하다. 박동원은 “나도 과거 감독님, 코치님,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다. 그 분들과 계속 얘기하고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박동원. 사진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