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벗을 각오로" 건강해진 129승 좌완, 재기 위해 이 악물었다 [MD시드니]

[마이데일리 = 시드니(호주) 심혜진 기자] 장원준(38)이 자신에게 기회를 준 이승엽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반드시 반등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보였다.

한때 두산의 든든한 선발 자원으로 맹활약했던 장원준은 최근 5년간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2017년까지 8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지만, 2018년 3승을 거둔 뒤 네 시즌 동안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그의 통산 승수는 129승에서 멈췄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은퇴 기로에 놓여있던 장원준에게 이승엽 감독은 재도전의 기회를 줬다. 그리고 새 시즌 구상에도 포함시켰다.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감독은 "장원준이 129승을 했는데, 구속이 떨어졌다고 해도 120승 이상의 승리를 거둔 경험과 관록을 무시할 순 없다”라며 "선발이든 중간이든 어떤 역할이든 1군 무대에서 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의 부활을 응원했다.

지난 3일 첫 불펜 피칭을 한 장원준은 이틀 만인 5일 두 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첫 피칭에선 30구, 이날은 41구를 던졌다. 40번째 공을 뿌린 뒤 마음에 들지 않는지 1개를 더 던졌다. 회심의 마지막 구는 아쉽게 스트라이크존에 벗어났다.

두 번의 불펜 피칭을 한 뒤 취재진과 만났다. 장원준은 "오늘 피칭은 크게 나쁘지 않았는데 첫날보다는 조금 안 좋았다.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원준이 공을 던질 때 이승엽 감독이 계속해서 지켜봤다. 때로는 타석에 들어가 장원준의 구위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원준은 "감사하다. 어린 선수들을 더 관심있게 보셔야 하는데.."라며 "이렇게 기회를 주신 것도 감사하고 관심 보여주신 부분도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승엽 감독은 캠프에 오기 전 장원준과 면담을 한 뒤 등 떠밀려 유니폼을 벗으면 평생 후회가 남을 수 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스스로) 납득하라는 주문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장원준은 "최근 몇 년간 계속 안 좋고 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마음속으로 후회없이 진짜 할 거 다 해보고 진짜 안 된다 싶을 때 미련 없이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데도 매년 계속 아쉬움이 남더라. 올해도 기회가 주어지면 그렇게 해보고 만약에 또 작년 같이 성적이 좋지 않으면 미련 없이 옷을 벗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감독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이렇게 기회 주셔서 감사하다"고 사령탑의 믿음에 고개를 숙였다.

일단 통증이 없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올랐다. 장원준은 그동안 팔꿈치와 무릎 허리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는 "전성기 때는 아픈 부위가 없었다. 몇 년간 계속 조금씩 아프다 보니, '아프면 어떡하지'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픈 부분도 없어지다 보니 만족을 하고 있다. 전성기 때의 구위까지 나오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근접하게 만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장원준이 2015년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후 환상의 호흡을 맞춰왔던 포수 양의지가 돌아왔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장원준은 "오랜만에 의지가 돌아와서 반갑다. 첫 피칭할 때 내 공을 받아주더라. 좋은 말도 해줬다. 앞으로 의지한테 많이 물어보고 해야 할 거 같다. 구위 상태라든지 예전이랑 어떤점이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야할 거 같다"고 계획을 밝혔다.

통산 129승의 장원준이다. 1승만 더하면 130승을 채우게 된다. 장원준은 "선수로서 (130승 달성)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승수를 더 많이 쌓고 싶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승수에 대한 욕심은 없고 1군에서만 던지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서 "시범경기까지 잘 준비해서 어떤 보직이든 간에 1군에서 통하는 구위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고 힘 줘 말했다.

이어 "아플까봐 못 던지고, 아파서 못 던졌다. 이제 몸상태가 좋다.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올 시즌 성적이 좋으면 1년 더 하는거고 안 되면 유니폼을 벗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 전까지 내가 던지고 싶은대로 마음껏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불펜 피칭하는 장원준, 이승엽 감독이 장원준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캐치볼 하는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심혜진 기자]

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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