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때문에 ‘언플’했었나…돌이켜보면 이해할 수 없었던 장정석의 행동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지난해 겨울 KIA 타이거즈와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박동원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됐었다. 박동원과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던 KIA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 공개적으로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고, 박동원 측은 말을 아꼈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 들 수는 있었다. 안방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던 KIA는 FA 자격을 앞두고 있는 박동원을 품에 안기 위해 내야수 김태진과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이라는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트레이드를 진행던 까닭이다.

박동원과 오랜기간 동행하기를 기대했던 KIA는 그가 FA 자격을 얻기 전, 정규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부터 '장기계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박동원은 조심스러웠다. FA 시장에서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KIA가 제시한 조건이 박동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던 것.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장정석 前 단장이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한 것이다. 히어로즈 시절부터 감독과 선수로 연을 쌓아왔던 만큼 가벼운 농담으로 이야기가 나왔을 수 있다. 하지만 장정석 단장의 '뒷돈' 발언은 한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장기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무려 두 차례나 나왔다. 박동원은 장정석 단장의 발언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고, 녹취를 진행했다.

시즌이 끝난 뒤 FA 협상 과정도 당연히 순탄하지 않았다. 박동원과의 만남만 고집했던 장정석 단장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의 규모를 제시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자 공개적으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황상 시즌 중 두 차례 '뒷돈'을 요구했던 만큼 박동원과의 대화를 통해 그 금액을 받기를 희망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박동원은 장정석 단장의 행동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박동원은 장정석 단장이 '뒷돈'을 요구한 녹취를 갖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도움을 요청했다. 장정석 단장이 계속해서 구단 고위층의 자리를 지키게 될 경우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상황을 접한 KIA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KIA는 지난 28일 오후 4시 장정석 단장에게 상벌위원회 개최의 뜻을 전했고, 29일 오전 10시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장정석 감독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KIA는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두 번이나 '뒷돈'을 요구했던 장정석 단장의 행동, 과연이 이번이 처음일까.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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