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 놀리는 맛, 짓궂은 김현수...'강남아. 그렇게 해서 잡을 수 있겠니'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강남아. 오늘 엄청나게 뛸 거야", "그렇게 던져서 잡을 수 있겠니"

LG 김현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롯데 안방마님 유강남에게 LG 발야구를 예고했다.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2회 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며 지난 시즌까지 줄무늬 유니폼을 함께 입고 뛰었던 롯데 유강남과 반갑게 인사했다.

2011년 7라운드로 LG트윈스에 입단한 유강남은 LG에서만 통산 1030경기에 나와 타율 0.267, 103홈런, 447타점을 기록한 LG 안방마님이었다. 최근 5시즌 연속 950이닝 이상 LG 안방을 든든히 지켰던 그였지만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롯데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날은 프로에 데뷔한 이래 12년 동안 몸담았던 친정팀 LG와 잠실에서 첫 맞대결을 펼치는 날이었다. 오랜 세월 함께 보낸 선수들과는 많은 인연과 추억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유강남은 LG 더그아웃을 자주 쳐다봤다. 옛 동료들을 보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이 표정에서 드러났다.

유강남은 경기 내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LG 옛 동료들의 장난기 섞인 놀림도 받았다. LG는 긴장한 유강남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유강남을 너무 잘 알기에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간파한 느낌이었다. 주자들은 유강남의 도루 저지율이 낮은 점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뛰었고 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친정팀 옛 동료들에게 완전히 간파당한 유강남은 연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LG 더그아웃에 있던 김현수가 유강남을 놀리기 시작했다. 유강남 송구를 흉내 내며 장난을 쳤고 옆에 있던 오스틴도 세이프 제스처를 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띠었다.

이날 경기 승부를 결정지은 5회 말의 시작은 박해민이었다. 선두타자 박해민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바로 2루를 훔쳤다. 이후 신민재도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무사 2.3루 찬스에서 홍창기는 롯데 내야수들의 전진수비를 뚫고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그리고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유강남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5회 말에만 도루 3개를 몰아친 LG 뛰는 야구는 유강남을 비롯해 롯데 내야를 완전히 흔들었고 결국 3-1로 승리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LG는 롯데 유강남의 약점을 놓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뛰며 승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유강남은 이틀 연속 당하지 않았다. 31일 경기에서는 6회 말 홍창기를 2루에서 잡아내며 전날 당한 굴욕을 되갚아줬다. 이 아웃카운트는 LG 추격 분위기를 꺾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9회 초에는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 타점까지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장군멍군' 양 팀이 한 게임씩 가져간 엘롯라시코는 1일 위닝시리즈를 놓고 주중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롯데 유강남을 놀리는 LG 김현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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