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김병철 "흥행요정? 책임감·부담감多…본격 멜로, 수요있겠죠?"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배우 김병철이 '닥터 차정숙'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며 '흥행요정'으로 우뚝 섰다.

지난 4일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작품으로, 1회 4.9%로 시작해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열풍을 불었다.

김병철은 극중 대장항문외과 과장이자 차정숙(엄정화)의 남편 서인호 역을 맡았다. 최승희(명세빈)와 불륜하고 혼외자까지 낳은 '나쁜 남편' 서인호이지만, 김병철은 능청스러움과 허당미를 적절하게 드러내며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완성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난 김병철은 드라마 인기에 대해 "정확한 숫자로 확인할 때 좋았다"고 웃으며 "(높은 시청률은) 예상 못했다. 감독님이 제작발표회 때 한 10~11% 정도 넘으면 좋겠다 하셔서 저도 그 정도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이 좋게 나와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파국'이란 애칭이 따라붙었던 김병철에게 '마성의 하남자', '귀여운 쓰레기' 등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김병철은 "'하남자'란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을 줄은 몰랐다. (제작발표회 때) 욕을 먹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는데, 예상을 어느 정도 했어서 그렇게 말했던 거였다. 역시나 그런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귀엽다는 반응은 예상 못했다. 함께 촬영할 때 스태프 분들 중에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응원해준 스태프 분들을 좀 더 신뢰해야겠구나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거라고는 예상했다. 서인호의 부정적인 면은 조금은 중화시킬 수 있었던 장면이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서인호는 김병철이 연기했던 'SKY캐슬' 차민혁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그는 "확실히 비슷한 모습이 있다. 가부장적인 모습이나 자녀들에게 진로에 대해 강압적으로 이야기하니까. 그래도 차이는 있다고 생각했다. 'SKY캐슬' 같은 경우는 대놓고 권위적이고 폭력적으로 묘안을 제시했다면 여기는 가스라이팅 하는 느낌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말들과 행동을 했다. 그런 차이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연상을 하실 거란 예상은 했다"며 "인기가 있다는 표현은 잘 안 맞지만 그때와 다르게 인기가 있다. 차민혁의 모습과는 다른 여성 관계가 있었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훨씬 많았다고 느꼈다. 부정적인 인물임에도 재미있는 모습들을 드러낼 수 있는 건 연기자로서 도전해볼 만한 면이었다"고 밝혔다.

차정숙과 최승희 두 여자를 사로잡았던 서인호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병철은 "처음 시작할 때 모두에게 의문이었다. 전부 다 저한테 물어보더라. 근데 제가 뭐 압니까. 제 얼굴을 보면서 '당신의 얼굴을 보면 그럴 거 같지 않다'는 눈으로 물어보시는데 마음이 약간 상하긴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러나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외도를 하고 거짓말을 한 것이 크지만, 정숙을 대할 때 승희를 대할 때 진심으로 대했다. 결국엔 우유부단해서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할 때는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승희 같은 경우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 관계만 놓고 봤을 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필이 되지 않았을까"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서인호에게 차정숙과 최승희는 어떤 의미였을까. "승희는 정말 좋아했던 거 같다. 인호는 나름대로 금수저이고, 자신의 사회적인 인식, 위치를 많이 생각한 인물이다. 승희를 좋아한 것도 나한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했을 거다. 정숙 같은 경우는 확실히 호감은 있었을 거다. 워낙 밝고 주변에 주는 에너지가 긍정적이니까. 만약에 아무 관계가 아닐 때 승희와 정숙 중 선택하라고 했다면 승희였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미혼인 김병철은 결혼관을 묻자 "부부생활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려움도 많겠지만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차정숙과 최승희 중 이상형은 누구에 더 가까울까. "정숙처럼 긍정적인 면이 있는 사람 참 좋은 것 같다. 제가 밝은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옆에서 그렇게 기운을 북돋아 주면 좋을 거 같다. 그러면서도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인정도 받는 분이면 좋겠다. 그렇게 보니까 정숙의 나중의 모습일 수 있을 거 같다. 정숙의 주부로서의 모습과 승희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있는 분"

그는 서인호와의 싱크로율도 언급했다. "(서인호가) 본의 아니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는데, 저도 그런 것 같다. 실수도 하고. 나한테 좋은 일을 선택하는데 이기적으로 구는 면이 있지 않나. 도를 넘어서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저도 그런 것 같다. 저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 건 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서인호의 불륜에 대해선 "그렇게 하면 안된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인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두 집 살림은 부정적인 거지만 시선을 다르게 보면 열심히 살지 않으면 불가능한 거다"라고 해 폭소케 했다.

서인호가 가장 찌질해 보였던 순간도 떠올렸다. "장애인 주차증을 신청할 때 '이렇게까지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1회에서 정숙이 쓰러져서 응급실에 있을 때 '내가 그걸 가야되는구나' 했는데, 말이 잘 안나오더라"고 말했다.

김병철은 부부 호흡을 맞춘 엄정화에 대해 "엄정화 선배님은 '누나'라고 부르라고, 친근하게 반말을 하자고 했다. 제가 평소에는 반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선배님이면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부러 누나라고 부르고 반말로 불렀다. 그런 것들이 편하게 만들어줬다. 평소 얘기할 때도 정숙의 모습이 많이 겹쳐보이기도 했다. 물론 정화 선배님이 워낙 긍정적인 정숙의 면과 겹치는 모습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 접근방식도 영향을 준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캐릭터에 대한 공감 능력이 대단히 좋으신 분이다. 제 눈에 너무나 정숙으로 비쳐졌다. 시청자 분들도 제 말에 공감하실 것"이라며 "연기할 때 어려움은 있었다. 저는 정숙이 이해가 되지만 인호 입장은 또 다르기 때문에 좀 어렵더라. 두 여성과의 관계가 있는 역할은 처음이어서 서인호가 연기할 때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로 꼽을 거 같다"고 털어놨다.

결말은 만족했을까. "어쨌든 정숙의 성장에 맞춰져 있다. 물론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엔 성장 이야기가 좀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인호의 결말도 정숙의 성장이 가능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점에선 좋다고 생각한다"

본격 멜로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묻자 "수요가 있다면, 그걸 제작하실 분이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할 생각이 있다. 개인적으로 수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년의 모습을 재밌게 보시고 싶은 분들이 있지 않을까. 저 같은 연기자가 공감대를 느끼기 좋은 연기자인 것 같다. 너무 잘생기지도 않고 평범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좋은 조건의 연기자가 아닐까 주장해본다. (하하)"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SKY캐슬' 등 흥행작에 출연한 김병철은 '닥터 차정숙'까지 흥행시키며 '흥행요정' 타이틀을 갖게 됐다.

김병철은 "책임감이 좀 더 커졌고, (이렇게 작품이 잘 돼서) 다행스러웠다. 책임감이 큰 만큼 부담감도 크고 그에 비해 좋은 결과를 냈을 때 기분도 좋기도 하고 걱정했던 것이 해소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컸다"며 "다음 작업을 생각했을 때 다음에 대한 부담감이 또 새롭게 생기는 거 같다. 캐릭터라는 것이 지금은 주연이지만 다음 작업은 비중이 적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제가 끌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비중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책임감은 더 생기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 에일리언컴퍼니]

박서연 기자 lichts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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