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일본 소도시 ‘사가’③ 끝] 차와 사케, 싱싱한 해산물+이순신 거북선과 도자기까지…사가에서만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

일본 규슈 하면 후쿠오카나 벳푸, 나가사키 정도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사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 '사가현'이 있다. 현해탄, 아리아케 해와 인접해 있어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고, 깨끗한 물이 흘러 사케와 차(茶)가 맛있다. 어디 이뿐인가, 한반도 역사와 관계가 깊은 곳들과 일본 여행의 정수, 고급 료칸에 바다, 하늘, 나무 등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자연 경관은 덤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담스럽게 담긴 '과일 바구니' 같은 곳이 바로 ‘사가’이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편집자주]

3000년의 시간을 견뎌낸 녹나무 / 천주영 기자
3000년의 시간을 견뎌낸 녹나무 / 천주영 기자

[마이데일리 = 일본 사가 천주영 기자]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그 지역의 음식일 것이다. 거기다 모처럼 계획한 여행이니 인생 샷도 남기고 싶을 것이다. 잘 먹고, 잘 쉬는 여행도 좋지만 배우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일본 소도시 ‘사가’에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먹고 자란 듯한 신목(神木) 녹나무가 있고, 찍으면 인생 샷이 나오는 해중 도리이, 조선 도공들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가라쓰야키(도자기), 사가의 요부코항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활오징어회도 있다. 오직 사가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당신의 염원이 ‘녹나무’에게 전해지기를…

나무 아래쪽에는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만한 동굴 같은 구멍이 있는데 이 안에 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다고 한다. 현재는 녹나무 보호를 위해 나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천주영 기자
나무 아래쪽에는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만한 동굴 같은 구멍이 있는데 이 안에 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다고 한다. 현재는 녹나무 보호를 위해 나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천주영 기자

일본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녹나무'가 다케오 신사에 있다. 이 소설에서는 녹나무에 소원을 빌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 주인공 레이토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염원이 녹나무에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국에서도 오래된 나무는 신성하고 영험하다고 여겨 사람들은 소원을 빌기도 하고 제를 지내기도 한다. 사가의 서부에 위치한 다케오 신사에  바로 그런 나무가 있다.  다케오 신사의 왼쪽에 ‘신목(御神木)‘이라 쓰인 도리이를 지나 좁다란 대나무 숲을 따라가다 보면 ‘녹나무’가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는데 3000년이란 세월이 느껴지는 울룩불룩 거대한 뿌리와 줄기,  카메라에 다 담기도 힘든 엄청난 크기에 압도당한다. 정말로 어떤 바람이든 들어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내 염원이 녹나무에 닿기를 바라며 소원을 빌어본다. 

부드러운 호선을 그린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다케오시 도서관. / 천주영 기자
부드러운 호선을 그린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다케오시 도서관. / 천주영 기자

다케오 신사와 녹나무를 봤다면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다케오시 도서관’도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다케오시 도서관은 서울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이 벤치마킹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엄청난 양의 책과 사가의 해안가처럼 부드러운 원호를 그리고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도서관 안에는 대형서점 츠타야(TSUTAYA)와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고, 다양한 문구류도 취급하고 있다. 사진 촬영은 2층에 위치한 포토스팟에서만 가능하다.

#사가에서 느끼는 한반도 역사-거북선과 도자기

요시노가리 역사공원 초입에서 촬영한 풍경. /천주영 기자
요시노가리 역사공원 초입에서 촬영한 풍경. /천주영 기자
'요시노가리 유적전시실'에 전시된 유물들. / 천주영 기자
'요시노가리 유적전시실'에 전시된 유물들. / 천주영 기자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은 현재도 유물 출토와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유적지이자 공원으로 일본 선사시대, 야요이 시대의 주거지를 재현한 테마파크이기도 하다. 야요이 시대는 2300년 전 고조선과 삼한시대 사람들이 이동해 청동기 문명과 벼농사를 전해주면서 야요이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세형동검, 민무늬토기, 삼한시대와 똑같은 반달칼(곡식의 낱알을 따는 칼)이 출토된다.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은 계절별로 피는 꽃이나 시즌성 라이트업으로 볼거리도 다양한데 특히 10월~11월 메밀꽃 필 무렵에 가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나고야성 박물관에 전시된 거북선. / 천주영 기자
나고야성 박물관에 전시된 거북선. / 천주영 기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용했다는 '황금다실'을 복원한 모습.  / 천주영 기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용했다는 '황금다실'을 복원한 모습.  / 천주영 기자

돌하르방과 장승이 관람객 맞이를 하는 나고야성 박물관(名護屋城博物館)은 조선의 아픈 역사와 관계가 깊은 곳이다. 나고야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당시 전쟁 기지로 삼은 곳으로 현재는 성터만 남아있다. 성터 옆에 자리한 나고야성 박물관은 ‘일본열도와 한반도 교류사’를 주제로 조선 침략의 역사를 솔직하게 전시하고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사용했다는 ‘황금다실’을 복원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나카자토 타로에몬 가마. / 천주영 기자
나카자토 타로에몬 가마. / 천주영 기자
좁다란 다리를 건너가면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전시장. / 천주영 기자
좁다란 다리를 건너가면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전시장. / 천주영 기자

가라쓰 일대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 가마터가 많다. 이 가라쓰야키(도자기)의 시작도 당시 번주였던 나베시마 나오시게에게 끌려온 조선 도공 나카자토(中里)라고 한다. 조선 분청사기 기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가라쓰야키의 1인자라 불리던 나카자토 타로에몬 가마(中里太郎右衛門窯)는 현재 14대 손이 운영 중이며 가라쓰야키 전시 및 판매를 하고 있다. 오래된 저택 두 채가 좁다란 나무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전시장에서는 고가의 가라쓰야키를 감상할 수 있다.

#찍으면 인생샷-가가미야마 전망대

가라쓰에 있는 가가미야마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 천주영 기자
가라쓰에 있는 가가미야마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 천주영 기자

강원도의 대관령 같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가가미야마 전망대’가 나타난다. 17세기에 방풍과 방조를 목적으로 조성한 소나무 숲,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니지노마쓰바라는 무지개 송림이라는 뜻인데, 해안을 따라 원호를 그리며 무지개처럼 걸려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니지노마쓰바라와 바다, 그리고 마을의 경계가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날씨만 도와준다면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

간조 시에는 도리이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 천주영 기자
간조 시에는 도리이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 천주영 기자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해중도리이. / 천주영 기자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해중도리이. / 천주영 기자

사가현에서도 작은 바닷가 마을인 타라초에는 ‘해중도리이(海中鳥居)’가 있다. 말 그대로 바다 한 가운데 세워진 3개의 도리이를 말하는데 약 300년 전에 큰 물고기(오우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관리(代官)가 오우오 신사(大魚神社)를 만들고 바닷속에 도리이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만조와 간조, 일출과 일몰 시에 각기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곳으로 간조시에는 도리이까지 직접 가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포토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다.

#다시 찾게 될 사가의 ‘맛(味)’-활오징어회와 굴구이 그리고 사케

활오징어 요리 전문점 가이슈(海舟)에서 맛본 활오징어회와 오징어 슈마이(오른쪽). / 천주영 기자
활오징어 요리 전문점 가이슈(海舟)에서 맛본 활오징어회와 오징어 슈마이(오른쪽). / 천주영 기자
살아있는 오징어에서만 볼 수 있는 색깔 변화 / 천주영 기자
살아있는 오징어에서만 볼 수 있는 색깔 변화 / 천주영 기자

사가를 여행한다면 가라쓰의 요부코(呼子)에 들러 꼭 ‘활오징어’ 요리를 먹어봐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오징어회와는 다르다. 투명하게 비치는 오징어회는 부드럽지만 쫀득하고 씹을수록 달큼한 맛이 우러나오는 것이 일품이다. 특히 몸통은 회로 먹고 다리는 바삭하게 튀겨서 내어주는데 싱싱한 오징어로 튀겨낸 튀김은 야들야들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에 고소함과 달큼한 맛까지 즐길 수 있다.

덴잔주조에 전시된 도자기 술통. / 천주영 기자
덴잔주조에 전시된 도자기 술통. / 천주영 기자
500엔에 덴잔주조의 명주 3잔을 시음할 수 있다. / 천주영 기자 
500엔에 덴잔주조의 명주 3잔을 시음할 수 있다. / 천주영 기자 

사가는 쌀이 유명하고 깨끗한 물이 흘러 사케(酒)가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사가의 오기 지역은 칼슘과 마그네슘, 미네랄이 풍부한 깨끗한 물이 흘러 양조업이 번성하던 곳이다. 바로 이곳에 덴잔, 시치다, 이와노쿠라 등으로 잘 알려진 ‘덴잔주조(天山酒造)’가 자리하고 있다. 양조장 일부를 전시실로 리뉴얼한 곳에서는 덴잔주조의 역사를 톺아볼 수 있는 오크통과 도자기 술통 등이 전시되어 있고, 덴잔주조의 명주를 시음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건물 한편에 자리한 기프트숍에서는 덴잔주조의 명주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애주가라면 반드시 캐리어 한구석은 비워두는 것이 좋다.

오기증류소 / 천주영 기자
오기증류소 / 천주영 기자

오기에는 사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덴잔주조에서 차로 4분 정도 떨어진 곳에 요즘 오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급부상 중인 ‘오기 증류소(小城蒸留所)’라는 곳도 있다. 흔치 않게 진(gin)을 만드는 곳인데, 직접 만든 진으로 ‘도쿄 위스키 앤 스피리츠 컴피티션(TOKYO WHISKY & SPIRITS COMPETITION 2023)’에서 수상까지 했다고 하니 오기에 방문했다면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가시마의 JR히젠하마 역에 있는 하마바(HAMA BAR). / 천주영 기자
가시마의 JR히젠하마 역에 있는 하마바(HAMA BAR). / 천주영 기자
1,500엔에 다이긴죠 5잔을 맛볼 수 있는 하마바. / 천주영 기자
1,500엔에 다이긴죠 5잔을 맛볼 수 있는 하마바. / 천주영 기자

사가의 남부에 있는 가시마의 JR히젠하마 역에는 가시마 지역의 명주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하마바(HAMA BAR)’가 있다. 가시마도 예로부터 물이 좋아 쌀농사와 양조장이 번성했다고 한다. 현재도 다섯 곳의 양조장이 있는데, ‘나베시마 다이긴죠’로 잘 알려진 후쿠치요 주조(富久千代酒造)도 가시마에 있다. 오는 3월 23일과 24일에는 가시마 지역에서 사케 축제 ‘가시마 사카구라 투어리즘(KASHIMA SAKAGURA TOURISM)이 열린다. 이 축제에서는 가시마 지역의 다섯 곳의 양조장을 돌아볼 수 있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명주를 특가에 판매하는 등 일본의 사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조개와 굴 구이./천주영 기자
다양한 조개와 굴 구이./천주영 기자

다라초에는 다케자키 게와 굴, 새우 등 싱싱한 해산물을 그대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싱싱한 해산물은 소스를 찍어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쫄깃하고 단맛이 난다. 식당에 마련된 화려한 색의 상의는 꼭 입고 구이를 먹어야 한다. 숯불의 재와 익기 시작하면 굴이나 가리비 종류는 폭죽처럼 육즙이 터져서 옷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가 여행 Tip

사가로 가는 방법은 티웨이항공이 인천에서 사가국제공항까지 매일 1회 운행하고 있는 직항 항공편이 있다. 현재 티웨이항공에서는 인천-사가 노선 앵콜 특가 프로모션을 내달 12일까지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또 후쿠오카국제공항에서 고속버스나 열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방법이 있는데 약 1시간 내외면 이동 가능하다. 도시와는 떨어진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조금 힘든 곳도 있으니 렌터카를 이용하면 좀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천주영 기자 young199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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