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TSMC, 엔비디아·AMD 등에 파운드리 합작투자 제안
TSMC와 시장 점유율 60%p 격차 벌어진 삼성 '고심'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들과 손잡고 '인텔 구하기'에 나섰다. 향후 TSMC와 인텔은 글로벌 빅테크들 기업들의 물량 대부분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파운드리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의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AMD·브로드컴·퀄컴 등을 향해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의 공동 투자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함께 인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되 지분율은 50%를 넘기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TSMC에게 누적 적자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인텔 파운드리를 구하라고 요구했고 TSMC가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엔비디아 등에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가 인텔 구하기에 나서더라도 인텔이 대만 기업에 완전히 넘어가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고 TSMC, 삼성전자와 첨단 공정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섰지만 실적 부진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며 사실상 파운드리에서 백기를 든 상태다. 인텔은 기술력, 매출, 점유율도 파운드리 시장 10위권 밖이다. 하지만 TSMC가 인텔 공장을 운영하게 되면 뒤처진 파운드리 기술력이 올라올 수 있고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면 TSMC의 시장 지배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는 인텔의 첨단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제조 설비를 미리 테스트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의 요청이 있었던 만큼 미 기업들과 조인트벤처 설립 및 합작 투자가 현실화되면 규제당국의 승인을 쉽게 받을 수 있고,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도 유지할 수 있어 수 년째 파운드리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370억달러를 투입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은 2026년으로 밀린 상황이다. 수율 안정 및 고객사 확보 등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TSMC에 시장 점유율을 크게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직전 분기보다 2.4%p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8.1%로 최근 3년새 반토막난 상태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3분기 55.6%p에서 4분기 59%p로 더 벌어졌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도 약진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3위인 중국 SMIC는 지난해 4분기 고객 재고 조정 영향으로 점유율이 전 분기 대비 0.5%p 감소한 5.5%를 기록했다. 향후 TSMC가 인텔을 품을 경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은 수요 약세 및 반등 지연으로 어려운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며 "어드밴스드(첨단) 노드는 중장기 수요확보가 중요한 만큼 기존 양산 공정의 안정적 수율 확보와 신규 공정의 적기 개발 및 양산 성공으로 다양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 사업부를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진행 중이다. 이번 경영진단은 지난해 11월 신설된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 경영진단실이 주축이 되고 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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