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점 폭발' 흥국생명 이재영 "테일러 때문에 꼭 이기고 싶었다"

[마이데일리 = 인천 이후광 기자] 에이스 이재영이 올 시즌 한국도로공사를 유독 이기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개막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5-17, 25-14, 24-26, 25-23)로 승리했다.

승리의 주역은 이재영이었다. 이날 블로킹 1개, 서브 1개를 포함 양 팀 최다인 33점(공격 성공률 58.49%)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한 것. 4세트 활약이 대단했다. 12-14에서 4연속 득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뒤 23-23에서 홀로 다시 공격을 책임지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재영은 경기 후 “모두가 나에게 안 힘드냐고 하는데 난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웃으며 “난 VNL을 가지 않았다. 6월 쯤 복귀해서 무릎 통증으로 재활을 했다. 작년 같았으면 계속 뛰었겠지만 이번에는 라바리니 감독님이 체력 관리를 잘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날 만원 관중 앞에서 뛴 소감에 대해선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 재미있었다. 더 힘도 나고 몸도 가볍고 그랬다”고 전했다.

4세트 역전 과정에서의 짜릿함도 전했다. 이재영은 “그런 순가마다 좀 더 힘이 난다. 더 즐긴다”며 “든든한 (김)해란 언니와 (김)세영 언니, 루사이가 옆에 있다. 운 좋게 내 앞에 블로킹이 낮아 계속 올려달라고 했는데 잘 맞았다. (조)송화 언니가 좋아하는 공을 계속 올려줬다”고 했다.

처음 만난 루시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재영은 “생각보다 너무 잘했다. 대표팀에서 봤을 때 ‘흥국생명이 큰일 났다, 또 우승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그만큼 너무 잘하고 높이나 파워도 좋다. 같이 해보니 적극적인 면도 있다. 외인 중에선 경기 안 풀리더라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하는 선수를 못 봤다. 그러나 루시아는 자기가 안 되더라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하는 게 좋다. 장점이다”라고 흐뭇해했다.

이재영은 이날 상대 외인 테일러 쿡을 보고 승리 의지를 더욱 다졌다. 테일러는 지난 2015-2016, 2017-2018시즌 흥국생명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외인. 그러나 두 차례 모두 부상과 심리적인 문제로 풀타임 소화에 실패했다. 이재영도 당시 외인의 부진과 부재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

이재영은 “솔직히 지기 싫었다. 테일러가 있을 때 마음이 아팠다. 진짜 힘든 순간마다 테일러가 있었다”며 “테일러가 도로공사에 간다고 했을 때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앞에 블로킹을 떴을 때도 때려보자고 크게 마음먹었다. 그런 게 있으니 좀 더 잘 할 수 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재영은 “테일러 관련해서는 너무 힘든 기억 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물론 테일러가 개인적으로 싫은 건 아니다. 그러나 힘든 기억이 많다. 아직 도로공사와의 5경기가 남았다”라고 도로공사전 승리를 다짐했다.

[이재영. 사진 = KOVO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