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진짜 비겁한 건, 5월에 뻔한 감독 선임하는 것이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운명의 5월이 다가왔다. 한국 축구의 운명이 달린 5월이다. 5월에 한국의 차기 A대표팀 감독이 결정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태 이후 새로운 국가대표 전력강회위원회가 꾸려졌다. 정해성 위원장과 10명의 위원들. 정 위원장은 5월 중순까지 새로운 A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6월 월드컵 2차 예선 지휘봉을 맡긴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그 계획은 멈춰야 한다. 먼저 정 위원장이 새로운 A대표팀 감독을 선발한다고 하자. 그 감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누가 지지할 수 있겠는가. 정 위원장과 위원들은 한국의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 실패의 공범이다. 한국 축구에 오점을 남긴 자들이다. 황선홍 감독의 A대표팀-올림픽 대표팀 겸직은 그들의 작품이었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모두가 무리수라고 했지만 귀를 막고 저질렀다. 그들의 무모한 도전은 재앙으로 돌아왔다. 

그들에게 새로운 감독을 선발할 자격은 없다. 정 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위원들이 옷을 벗어야 마땅하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들이 구상했던 계획, 그들이 추려냈던 후보, 그들이 정한 타임 라인, 모두 폐기해야 한다. 어차피 모두가 알고 있는 '뻔한 감독'이 유력한 주자 아니었는가. 뻔한 감독을 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국 축구를 더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 자명하다. 

지금 한국 축구는 새로운 활기가 필요하다. A대표팀 감독 절차는 '제로 베이스'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운 위원회, 새로운 위원장, 새로운 후보들이 나와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너무 늦다고? 6월 월드컵 예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축구협회(KFA) 개혁이 더 중요하다. 월드컵 2차 예선이다. 새로운 감독 없어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 

진짜 중요한 건 월드컵 예선 감독이 아니다. 본선 진출이 48개국으로 늘어났다. 월드컵 예선 통과 감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가진 감독이 중요하다. 예선 1, 2경기를 잘 치르기 위해 급하게 뽑을 감독이 아니다. 멀리 보고, 크게 봐야 한다. 뻔한 감독으로 뻔한 결과를 기다리는 악몽보다 낫지 않은가. 

급하면 오히려 냉정함이 떨어진다. 천천히 좋은 감독 모셔오면 된다. 지금의 작은 기다림이 미래에 더욱 큰 결실로 돌아올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5월 A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지금 터진 정몽규 회장과 KFA에 대한 분노가 A대표팀 감독에 대한 관심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KFA가 노리는 수다. 모든 이슈는 신임 A대표팀 감독이 가져갈 것이다. 정 회장의 실책과 무능은 다시 뒤로 숨어버릴 수 있다. 6월 A매치 이슈까지 더해, 정 회장은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항상.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5월 A대표팀 감독 선임을 막아야 한다. 정 회장 사퇴 여론과 비판 분위기가 식지 않도록,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새어나갈 길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정 위원장이 사퇴하고, 새로운 위원회가 꾸려진다면, 5월 중순까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새로운 정권의 새로운 위원장, 새로운 위원회, 새로운 감독이다. 정 회장이 물러나고, 그동안 KFA에서 정 회장 눈치를 보며 호의호식한 축구인들도 모두 물러나고, 한국 축구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로 채우는 것이다. 

물론 힘들 것이다. 그들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황 감독 뒤로 숨어 있지 않나.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다.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당할 수 없지 않은가. 한국의 축구인들과 팬들, 모든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단 5월 A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막아야 한다. 그 다음 위로 올라가야 한다. 

황 감독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차기 A대표팀 감독 내정 관련 질문에 언성을 높이며 "나는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앞으로 나와 실패를 인정했고, 책임을 통감했다. 

진짜로 비겁한 이는, 황선홍 감독 뒤에 숨어 있다. 한국 축구가 성과를 냈을 때는 항상 가장 앞에 서 있고, 한국 축구가 실패를 했을 때는 단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 비겁한 건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며,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다.    

[정해성 위원장, 전력강화위원회, 황선홍 감독. 사진 = 대한축구협회]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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