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에게 물었다, 제2의 양동근이 나올까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글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최근 은퇴를 선언한 양동근(39)은 'KBL 올타임 넘버원'이었다. 2004-2005시즌 데뷔 후 현대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여섯 차례 우승을 이끈 에이스였다. 정규경기 MVP 네 차례, 챔피언결정전 MVP 세 차례에 각각 선정됐다.

양동근이 현대모비스에서 뛴 14시즌간 그보다 팀에 더 많은 승리를 안기고, 팀을 더 많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선수는 없었다. 또한, 코트 안팎에서 보여준 훌륭한 리더십과 인품 역시 양동근을 더욱 빛나게 하는 덕목이었다. 지난 17년간 단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

그리고 역대 KBL 선수들 중에서 공격력과 수비력의 조화가 가장 빼어났다. 심지어 승부처에 그런 강점을 극대화했다. 역대 KBL 스타들을 떠올려보면, 의외로 공수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운 선수가 많지 않다. 빼어난 공격력을 보유했지만, 수비에 대한 공헌이 떨어지거나 팀 혹은 동료와 완벽히 융화되지 못한 케이스가 있었다.

물론 가드치고 패스센스가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현대농구는 토털농구다. 세월이 흐를수록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빼어난 공수마진과 활동량, 특유의 성실성으로 거뜬히 커버했다. 또한, 3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수비력이 살짝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도 어지간한 젊은 선수보다 수비활동량이 많았다. 불혹인데 농구를 너무 잘해서 은퇴가 아쉽다는 말이 많다.

궁금했다. 앞으로 KBL에 이런 선수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양동근의 스승 유재학 감독에게 2일 전화를 걸었다. "제2의 양동근이 나올까요"라고 물었다. 유 감독은 "글쎄"라고 했다. 이후 잠시 숨을 죽이더니 "쉽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양동근보다 정규경기, 챔피언결정전 MVP 등 각종 수상기록이 더 화려한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양동근만한 공수능력치를 보여줄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양동근에게 견줄만한 레전드가 나와야 KBL과 한국농구가 발전한다. 이 대목에선, 프로 및 아마추어 지도자들도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한 가지 부분. 양동근만한 인품이나 리더십이 있는 에이스가 또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유 감독 시선이 그렇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 유 감독의 눈에, 19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의 선수들은 조금씩 다르다.

유 감독은 "농구 자체만 보면, 동근이 만한 선수가 나올 수도 있겠는데, 그 외의 부분은 솔직히 모르겠다. 요즘 선수들은 리더보다 개인주의 스타일에 가깝다.(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농구는 희생과 배려가 중요한데 단순히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많은 전문가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을 '희생과 배려'라고 한다. 양동근이 가장 빛난 이유는, 역설적으로 자신이 굳이 빛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 운반과 공격 욕심이 큰 (현대모비스 시절)이대성에게 기꺼이 가드 1옵션을 내주고 보조 역할을 자처했다.

기자회견실에서 '재미없는' 선수라는 평가도 있었다. 다른 팀들, 다른 선수들을 향해 굳이 '자극적인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성'이 미덕인 시대에 양동근은 배려를 앞세웠다. 당연히 인터뷰실에선 재미있는 말을 한 선수가 인정 받아야 한다. 단지 양동근의 그릇이 남달랐을 뿐이다.

양동근이라고 해서 항상 잘했던 건 아니다. 과거 원주에서 취재한 동부(현 DB)와의 정규경기서 종료 직전 결정적 턴오버로 팀 패배의 원흉이 됐다. 2015-2016시즌 4강 플레이오프서 조 잭슨(당시 오리온)에게 판정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깝게는 이대성과 라건아가 떠난 2019-2020시즌에 팀을 하위권에서 구하지 못했다.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양동근은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묵묵히 인정했고, 책임졌다. 대신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이 역시 리더의 바람직한 자세다.

양동근의 베이스는 늘 희생과 배려였다. 튀는 개개인을 아우르고, 조율하면서 현대모비스 살림을 책임졌다. 그러면서 개인의 역량은 언제나 최강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서 KBL 역대 최고의 리더다. 떠나는 날까지 박수를 받았던 이유다.

유 감독은 양동근에게 농구를 가르쳤을 뿐, 인성과 리더십을 가르치지 않았다. 앞으로 KBL에 이런 선수가 또 나오길 바라는 건, 어쩌면 과한 기대감이다.(그래도 나오길 바란다) 유 감독은 "후배들이 동근이의 자세를 본받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양동근(위, 가운데), 양동근과 유재학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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