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 ‘중국에 벌벌 떠는’ NBA의 배신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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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는 중국보다 크다.” 메시가 홍콩에서 친선 경기를 뛰지 않아 중국으로부터 몰매를 맞았다는 기사에 미국인이 남긴 댓글이다.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키는 169cm. 그를 14억 인구의 중국 위에 올려놓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됨됨이가 오죽 좀스러우면 그렇게 했을까?

원래 메시는 중국 정부의 비위를 거스른 발언이나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부상으로 뛰지 않았는데도 중국은 아르헨티나 대표 팀 시합을 취소했다. 중국인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메시는 “중국에 정치적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극진한 사과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가 그렇게 잘못했는가?

■NBA를 지배하는 중국의 돈

이러한 중국에 미국인 대다수가 넌더리를 낸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 중국에 호감을 가진 사람은 겨우 15%. 아마 남자프로농구(NBA)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 중국을 싫어할 것이다. 중국이 돈의 힘으로 NBA에 한껏 위세를 부린다. 그런데도 르브론 제임스 등 선수와 감독, 구단주들이 꼼짝 못하기 때문이다.

NBA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나 월드컵 축구보다 더 인기가 높다. NBA의 2023년 전체 수입은 106억 달러.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이 10~15% 차지한다. NBA가 방송중계권 등의 관리를 위해 세운 ‘NBA 차이나’의 자산 가치는 50억 달러.

그것뿐만 아니다. 구단주 40명이 100억 달러 이상을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애미 히트’ 구단주는 중국인이 전체 승객 8%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박회사 주인. 중국과 합작회사도 운영한다. 상대는 중국군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첫 핵추진 항모를 개발 중인 회사.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기업의 하나로 꼽은 곳이다.

‘세크라멘도 킹스’의 공동 구단주는 전체 회사 수익의 3분의 2를 중국·홍콩에서 올리는 무선기술회사 ‘퀄컴’에 2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다. 휴스턴 구단주는 중국에서 10개의 식당을 운영하며 매년 5,700만 달러의 매상을 올린다. ‘브루클린 네츠’ 구단주는 중국인이다.

이처럼 중국 돈에 깊숙이 얽매여 있으니 NBA가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횡포와 NBA의 굴종은 ‘보스턴 셀틱스’ 센터였던 ‘에네스 칸터 프리덤’의 수난이 상징한다. 그는 2011년 NBA 신인 선발에서 3순위로 뽑혔다. 6개 구단에서 뛴 그의 인생은 티베트·신장 등지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면서 송두리째 바뀌었다. 튀르키예 사람인 그는 모국의 독재를 비판해 오다 여권을 취소당하고 아버지는 투옥되었다. 2021년 미국으로 귀화한 뒤 이름에다 ‘프리덤(자유)’을 붙였다. 그는 2022년 갑자기 보스턴에서 ‘휴스턴 로켓츠’로 보내졌다. 그리곤 바로 방출됐다. 중국을 강력히 비판하는 그를 응징하고 침묵시키기 위해 쫓아낸 것이다.

2021년 칸터는 티베트 탄압에 항의, 시진핑을 ‘잔악한 독재자’라고 불렀다. 중국은 모든 보스턴 경기의 인터넷 송출을 차단했다.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거부를 주장했다. 경기에서 ‘티베트에 자유’란 글이 쓰인 신발을 신었다. 중국은 모든 보스턴 경기의 방송을 금지했다.

그는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 “11년 동안 748경기를 뛰면서 아무리 튀르키예 정부를 비판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누구라도 중국을 비판하면 아주 힘들어진다...내가 튀르키예의 인권탄압 등에 대해 말하면 NBA는 많은 지지를 했다. 위원장, 선수, 감독 등이 독재와 맞서 싸우도록 희망과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NBA 구단주‧감독‧선수

그러나 중국의 탄압보다 칸터를 더 아프게 한 것은 NBA의 배신과 이중행태였다.

“나의 가슴을 찢은 것은 쫓겨난 뒤 NBA의 누구도 나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고 전화도 걸지 않은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그들은 내가 어디에서 기자회견을 할까 두려웠다. 내 이름조차 말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만약 어느 선수가 나를 지지했다고 내가 말하기만 하면 그는 중국과의 거래가 끝장나기 때문이다...그들은 자신의 신발에 흑인 시위를 지지하는 글자를 새기는 사람들이 아닌가? 튀르키예 비판을 응원하던 그들이 왜 중국 비판에는 입을 다물고 나를 멀리 하는가?”

평소 정치발언이나 행동을 서슴지 않던 그들이 중국 문제에 입을 다물고, 칸터를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감독 스티브 커는 2월24일 2년 간 3,500만 달러에 계약 연장을 합의했다. NBA 감독 가운데 최고 액수. 미국 국가대표 감독도 지낸 그는 정치발언으로 유명하다. 정치는 물론 각종 사회 문제에도 서슴없이 자신의 이념을 드러낸다.

2019년 휴스턴 로켓츠의 단장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가 중국 압력으로 쫓겨났다. 그때 커는 기자들 질문을 피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더 강하게 단장을 지키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변명했으나, 여전히 중국의 위구르 족 학살이나 노예 노동 문제 등을 모른 체 한다. 칸터 문제도 마찬가지. 평소의 강한 정치발언과는 전혀 다른 위선이다.

르브론 제임스는 “단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재정뿐 아니라 신체, 감정, 정신 모두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비난했다. 제임스는 중국에 공장이 있는 나이키와 10억 달러의 평생 계약을 맺었다. 제임스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 그렉 포포비치도 ‘사회정의’를 외치며 수위 높은 정치적 발언·행동을 자주 한다. 하지만 중국 문제나 칸터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여러 구단주들도 똑같다.

그들 모두 중국을 비판할 자신이 없으면 다른 정치발언도 하지 않아야 한다. 아니면 정치·사회 문제에 관한 미국 내 자신의 적들을 비판하듯 중국도 비판해야 한다. 돈이 무서워 중국에 벌벌 떨면서 ‘사회 정의’를 외치는 것은 모순·위선의 극치다. 그러니 중국이 NBA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이다.

칸터 프리덤은 “자유는 NBA보다 더 크다”고 했다. 물론 중국보다 더 크다.

손태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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