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영풍의 지분 확대 노린 명함 사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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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안내문에 주식 위임 권유 기업 오인 소지 있어
3월 주총서 지분 대결…양사 주주 의결권 결집 중
고려아연 “법적 대응 검토” vs 영풍 “문제 없다”

고려아연의 주주가 영풍 측 의결권 권유업무 대리인으로부터 받은 관련 명함과 안내문/독자 제공
고려아연의 주주가 영풍 측 의결권 권유업무 대리인으로부터 받은 관련 명함과 안내문/독자 제공

[마이데일리 = 황상욱 기자] 오는 3월 19일 고려아연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 가족이었던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배당을 놓고 이견이 갈렸던 사안이 일가간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29일 산업계와 증권가, 제보 등에 따르면 최근 영풍 측의 의결권 확보 과정에서 명함과 안내문 '사칭' 논란이 불거졌다. 이름과 소속을 적어 주고받는 그 명함과 안내문을 놓고 첨예하게 맞붙은 것이다.

일부 고려아연 주주 사이에서는 영풍 측이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명함과 안내문이 고려아연 측의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총에서 고려아연 편을 들고자 했던 주주가 의결권 위임 대상을 착각해 영풍에 표를 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오해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지난 23일부터 권유업무 대리인인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등을 통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 케이디엠메가홀딩스는 주주들을 만나면서 고려아연 사명, 최대주주인 영풍 등을 표기한 명함을 전달했다. 문제는 명함에 적힌 글씨를 봤을 때 권유자가 영풍 쪽이라는 게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함 왼쪽 위에 적힌 ‘고려아연 주식회사’가 그 밑에 있는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보다 훨씬 크게 부각돼 있다. 전체적인 명함 양식의 경우 고려아연 측을 대리하는 업체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일부 주주는 해당 명함을 보고 케이디엠메가홀딩스가 고려아연 측을 위해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관해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부분도 오해를 부추긴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해당 업체가 전달한 안내문은 고려아연 측에서 나왔다고 오해할 소지를 더욱 키운다. 안내문에는 영풍과 관련된 일체의 표기나 설명도 없이 안내문 가장 위쪽에 큰 글씨로 고려아연(주)라고 표기돼 있다.

“고려아연 측의 안내문으로 생각하기가 십상이다. 사실상 사칭 아닌가”라는 것이 해당 상황을 접한 일부 주주들의 지적이다.

고려아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영풍 측에 대해 자본시장법과 형법 상 업무방해죄 등 법 위반 소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제154조에 따르면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 중 의결권 피권유자의 의결권 위임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의결권 위임 관련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들의 제보를 받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영풍 측은 해당 명함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의결권 위임을 권유할 때는 명함만 주는 게 아니라 충분한 설명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할 때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을 대리해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러 왔다’는 취지로 얘기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오해할 소지가 없다”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은 3월 개최될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부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예고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배당안(재무제표의 승인), 일부 정관 변경의 건 등에 대해 최근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영풍은 1949년 고(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영풍은 1970년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를 세웠고, 1974년 자매회사인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현재 영풍 석포제련소와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씨 가문이 경영을 맡고 있다. 두 집안은 각각 우호지분을 포함해 고려아연 지분 30% 초반대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 대결의 핵심은 배당과 주주환원율 안건이다. 고려아연은 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을 제안했으나, 영풍은 주당 1만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한 상황이다.

먼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인 ‘정관 변경 안건’은 영풍의 반대로 부결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돼 있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참석율이 평균 85%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미 영풍과 장씨일가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사실상 부결이 확실시된다.

핵심은 보통결의(출석 주식 과반,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안건인 재무제표의 승인 안건, 즉 영풍에서 주장하는 “배당을 주당 5000원 더 해달라”는 요구와 “이미 주주환원율이 76%나 된다”는 고려아연 측의 의견대립이 이번 표 대결의 핵심이다.

이는 소액주주의 위임을 누가 얼마나 더 많이 받느냐에 따라 결판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지분 약 26%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주주총회 이전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작업부터 신경전이 치열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고려아연도 지난 24일부터 권유업무 대리인들을 선정해 소액주주 결집에 나선 상황이다.

황상욱 기자 e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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