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 빛바랜 센 강 개막식, 테러 위협, 공무원 파업까지…파리 올림픽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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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올림픽이 “프랑스의 자부심과 희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은 프랑스의 망신이 될지 모른다.

프랑스 정부와 조직위는 계속 최고의 대회가 될 것으로 큰소리쳐 왔다. 그러나 정부나 조직위 뜻대로 잘되지 않고 있다. 사전에 철저한 검토 없이 계획만 부풀렸다 현실에서 갖가지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좌절하고 있다. 개막 4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나 여전히 휘청거리고 있다. 파리를 둘러싼 안팎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여파로 테러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거부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도심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 범죄 증가는 올림픽 관광객들을 위협하고 있다. 경기장인 센 강의 수질은 더 나빠지고 있다. 올림픽 상여금을 요구하며 경찰관들이 시위를 벌였으며 다른 공무원들도 파업을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나 조직위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쌓여있다.

■ 센 강 개막식 관광객 무료 관람 취소

조직위의 가장 야심 찬 계획은 파리를 상징하는 센 강에서의 개막식이다. 전통 경기장의 바깥에서 개막식이 열리는 것은 파리가 처음. 올림픽의 더 열린 포용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했다. 식을 마친 선수들은 센 강을 따라 도심까지 행진한다.

성화 봉송에 나선 우사인 볼트./게티이미지코리아
성화 봉송에 나선 우사인 볼트./게티이미지코리아

그동안 프랑스 정부는 60만 명이 센 강에 마련된 관중석과 강을 따라 이어진 6km 도로에서 개막식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해 왔다. 장관을 이룰 것이라 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 숫자를 30만 명으로 줄였다. 지난 6일에는 그것도 반으로 줄였다. 관광객들이 센 강을 따라 공짜로 개회식을 보도록 하는 것을 취소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

내무장관은 “당장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노린 테러 위협의 징후는 없다”고 했으나 강 주변에 '테러방지 안전지대'를 만들고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개막식 전후 5시간 동안 파리 상공의 비행도 통제된다. 그만큼 테러 위협이 걱정된 탓이다.

센 강은 개막식 이외에 철인3종 트라이애슬론 경기장이다. 지난 2월 올림픽 선수촌 개장식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센 강에서 하루 헤엄치겠다”고 약속했다. 센 강의 수질을 보장한다는 의미였다.

1923년 이래 센 강에서 수영은 금지다. 화장실 오수 등 하수가 그대로 유입되어 매우 수질이 나쁘기 때문. 2023년 올림픽 시범 경기도 수질 탓에 정상으로 치러지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2천억 원 이상을 들여 수질을 개선하려 했다. 조직위는 올해엔 수질이 나아질 것으로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 수질 검사에서 안전한 수영에 필요한 EU의 최소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마크롱의 약속은 지키기 힘들게 됐다. 무엇보다 트라이애슬론이 열릴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다른 경기장을 못 찾고 있다. 조직위는 수영을 뺀 사이클과 달리기만으로 경기를 치르든가 아니면 경기 자체 취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센 강의 개막식도 모양을 구기게 된다. 더러운 강에서 화려하고 멋진 개막식? 엇박자다.

■ 공무원들에게 올림픽은 귀찮은 존재

2월에는 에펠탑의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6일 동안 파업을 했다. 135년 역사의 에펠탑은 올림픽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 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에는 에펠탑을 딴 청동 조각이 새겨져 있다. 조직위는 이들이 또 파업할까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나 조직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 동안 파리에 배치될 경찰관 등 공무원들의 파업이다. 프랑스는 파업권을 보장받는 공무원들이 파업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 마크롱 집권 이후도 공무원 감축, 정년 연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거의 해마다 공무원 파업이 벌어졌다.

최근 전국의 경찰관 수백 명이 파업을 예고하며 거리 시위를 벌인 데 이어 공무원 노조가 올림픽 기간 중 파업을 위협했다. 다들 올림픽 기간 늘어날 업무 부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그들을 달래기 위해 상여금을 주기로 했다. 월급 이외에 70여만~190여만 원을 더 줄 계획이다. 공무원들에게 “올림픽은 국가 자부심”이라는 대통령의 소리는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뿐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교사,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잇달아 일어나는 등 불안한 상황. 지난 10일 팔레스타인 사람을 비롯해 수만 명의 시민들이 가자 지구 종전, 이스라엘 거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올림픽 기간에는 세계의 주목을 끌기 위해 더 많은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 선수단이나 관광객들에 대한 테러나 각종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은 스포츠 정신의 승리를 상징한다. 세계 평화와 화합을 위한 아름다운 방법의 하나, 그러나 너무 많은 돈이 든다. 안전을 위협하는 변수도 많다. 개최국들은 마크롱 말처럼 ‘국가 자부심’ 등을 내세우며 정치 목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무리를 하기 쉽다.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이 그랬다. 자유를 내세운 파리 올림픽도 내부 문제에다 국제정세 변수까지 겹치며 힘들게 가고 있다.

손태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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