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97' 싸늘하다, 가슴에 '노잼'이 날아와 꽂힌다 [MD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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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1997' 스틸컷
'어게인 1997' 스틸컷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민망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뜨거운 청춘으로의 회귀를 기대했건만, 104분간 차갑게 식어가던 영화 '어게인 1997'이다.

'어게인 1997'은 죽는 순간 과거의 후회되는 '그때'로 보내주는 5장의 부적을 얻게 된 우석(조병규)이 제일 잘나가던 그 시절, 1997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면서 시작된 인생 개조 프로젝트를 그린 N차 회귀 판타지물. 2004년 영화 '주홍글씨' 조명부로 영화계에 입문한 신승훈 감독이 약 19년 만에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극 중 우석처럼 1997년 고3이었다는 신 감독은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시기가 고3이다. '어게인 1997'을 기획할 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만약 내가 영화를 안 했다면, 내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면' 생각했을 때 97년도가 가장 적절한 시기였던 것 같다"고 작품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자전적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 힘을 갖기 마련인데, 빈곤한 상상력 탓인지 'N차 회귀'라는 소재의 재미도 감동도 살리지 못한다. 우석은 새 인생의 기회를 무려 다섯 번 갖게 되지만, 큰 발전 없이 모든 시간을 소진한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 '지금의 삶은 최선의 선택이 쌓인 결과다' 등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라면 굳이 다섯 번이나 질질 끌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기억에 남는 건 치고받고 싸우는 우석과 친구들의 모습뿐이다. '모긴 모야 김건모지' '미쳤냐? 아니 솔쳤는데'와 같은 머쓱한 유머코드는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다. 김다현이 연기한 현재의 40대 우석이 나오는 장면들은 재연드라마 급 영상미로 당황스러움을 선사한다.

우석의 성장서사를 담아내기도 바쁜데 가족 간의 갈등까지 풀자니 몇몇 이야기는 수거되지 못한 채 끝난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 1일 열린 시사간담회에서 신 감독과 조병규는 "고민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객 수준에 대한 연출의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다만, 조병규의 연기는 조악한 연출과 스토리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불어넣어 준다. 40대의 영혼을 지닌 고등학생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그려낸다. 신예 한은수는 풋풋한 맛을 더한다. 아이콘 출신 구준회도 스크린 데뷔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제 몫을 해낸다.

'어게인 1997'은 1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어게인 1997' 스틸컷
'어게인 1997' 스틸컷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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