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국가대표 감독으로 명예회복 기회왔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야구 국가대표팀에 전임감독제를 도입한 KBO가 선동열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투수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선동열 감독은 올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마침내 명예회복의 기회가 왔다. '선동열'이라는 이름 석 자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 말이다.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세출의 스타였다.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며 통산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으로 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기록을 지닌 선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로 진출, 통산 10승 4패 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으로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다.

지도자로도 승승장구했다. 여러 구단의 영입전 끝에 2004년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시작한 선 감독은 2005년 김응용 감독의 바통을 받아 삼성 감독으로 전격 선임됐고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지도자 생활의 꽃을 피웠다.

선 감독은 삼성을 '투수왕국'으로 이끈 첫 번째 지도자였다. 오승환, 배영수, 권오준, 권혁, 윤성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투수들을 갈고 닦았다. 전통적으로 '큰 경기'에 약했던 삼성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역시 대체불가한 투수력이 있었다. 또한 2008년에는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 젊은 타자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세대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훗날 삼성 왕조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일까. 선 감독이 2012년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고향 팬들의 기대감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4년까지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지 못했고 KIA와 재계약을 하고도 팬들의 성화에 물러나야 했다.

이제 명예회복의 기회가 왔다. 선 감독은 2015 프리미어 12에서 투수코치로 김인식 감독을 보좌하며 칼 같은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단기전에서 강한 면모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 결과는 초대 우승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한국 야구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2017 WBC 1라운드를 국내에서 개최하고도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 들인 것이다. 전임감독제를 도입한 배경 역시 이러한 사정과 맞닿아 있다. 명예회복이 필요한 한국 야구와 선동열 감독이 두 손을 잡았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선동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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