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4' 이끈 韓 제작진…"한국 영화 VFX 발전? 성공보다 중요한 것 있어" [MD인터뷰](종합)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더욱더 실감나고 생생해진 '혹성탈출4'. 그 배경에는 한국인 제작자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23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서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와 순세률 모션 캡쳐 트래커를 만나 영화 '혹성탈출 : 새로운 시작'과 작업 과정, VFX 기술 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는 혹성탈출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2017년 개봉한 이전 시즌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약 300년 후를 배경으로 설정하며 더욱 신선하게 돌아왔다. 영화는 더욱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오아시스에서 인간을 지배하려는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 군단에 맞서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떠나는 유인원 '노아'의 여정을 그렸다.

이번 영화의 시각적 효과는 '반지의 제왕'부터 '혹성탈출' 시리즈, '엑스맨', '어벤져스', '아바타' 등에 참여한 세계적인 VFX 스튜디오 Wētā FX가 맡았다.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데드풀2', '아쿠아맨' 등의 대작에 참여한 감독이다. 2022년 '아바타 : 물의 길'에서도 페이셜 모델러로 참여한 바 있다.

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커는 디즈니 플러스 '변호사 쉬헐크'와 '아바타: 물의 길'에 참여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모션 캡처'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술인 '퍼포먼스 캡처'를 바탕으로 유인원 캐릭터의 움직임에 역동적인 힘을 더했다.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날 김승석 모델러는 "이전 시리즈는 (유인원 캐릭터의) 대화가 많지 않았다. 몸으로 많이 대화를 하다 보니 표현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캐릭터 간) 대화의 양이 늘었기에 스크린에 얼굴 표정이 더 많이 집중된다. 이로 인해 표정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그리고 조금 더 세세한 감정 표현에 공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리즈가 7년 전 개봉했는데, 그 사이에 웨타에서는 '아바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 많은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기술이) 성장했고, 그렇기에 이번 영화는 확실히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기술의 발전이나 표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캐릭터의 표정 구현 과정에 대해 "배우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면 3D 스캔이 나온다. 우리는 그 스캔본에서 눈썹 부분, 눈 감는 부분, 입꼬리, 입 벌리는 부분 등 표정을 모두 분해해 따로 따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만든다. 나중에 다시 이것들을 합쳤을 때 각각 컨트롤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든 후에는 오랑우탄 캐릭터에도 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긴 시간 동안 공들여 작업한 만큼, 고충도 많았을 터. 이들에게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생각보다 구체적인 답이 돌아왔다. 김 모델러는 "새로운 캐릭터가 11마리가 들어왔기에, 여러 마리의 표정을 일관성있게 편집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순세률 모션 캡쳐 트래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순세률 모션 캡쳐 트래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순세률 트래커는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촬영 도중 배우의 얼굴이나 다리 등이 가려진 채 찍힐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가려지면, 해당 프레임을 지우고 앞뒤 장면이 이어질 수 있도록 수정한다. 만약 배우가 구체적인 동작을 하는 장면이라면 신체 부분을 움직여서 포지션을 맞춰놓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도 영화 '한산', '더 문',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다양한 작품에서 VFX 기술을 만날 수 있다. 두 전문가는 이 작품들을 어떻게 봤을까.

김 모델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던 영화는 '괴물'이었다"며 한국 영화계에서도 VFX 기술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에서 VFX 기술의 발전은 곧 영화의 발전과도 같다. 영화 산업이 발전해야 VFX도 발전한다. (제작자들이 영화를 만들 때) 돈과 성공을 따지기 보다는 다채로운 도전을 하다 보면 다양한 기술을 서포트 해 줄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순세률 트래커는 "영화 '기생충'을 봤는데, 그렇게 VFX가 많이 사용되는지 몰랐다. 이제 한국은 배경이나 건물 표현은 잘한다고 느꼈다. 다만 크리처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더라. 최근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를 봤는데, 그래도 (기술이) 꽤 많이 발전한 것 같더라. 사실 처음에 영화 '신과 함께'를 봤을 때는 어? 했는데 이제는 오! 하는 정도"라며 웃었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끝으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눈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사실적 구현의 중요성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는 이들이다.

"장면이 조금만 이상하면 티가 나니까, 다들 스토리에 몰입을 하지 못하더라. 얼마나 '사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순세률 트래커)

"아는 동생에게 '혹성탈출' 오리지널 시리즈를 추천했었는데, 한 10분 보더니 '집중이 안된다'고 하더라. 이젠 정말 퀄리티가 좋지 않으면 스토리텔링이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김승석 모델러)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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