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 논란, 표창원 “취객 제압 나도 어려워…무술 유단자도 힘들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경 무용론’까지 나오는 가운데 경찰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표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경이 주취자 체포를 위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과 관련, "취객 한 분을 남자 경찰관도 무술 유단자라 하더라도 혼자 제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대림동에서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붓는 중년 남성 A 씨가 남경의 뺨을 때리고 또 다른 남성 B 씨가 남경과 여경을 밀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경이 A 씨를 제압하지 못하고 시민을 향해 "남자분 한 명 나와주세요. 빨리 빨리. 빨리. 남자분 나오시고요. 빨리"라고 외쳐 논란이 일었다.

표 의원은 "저도 태권도 2단, 합기도 2단에 육체적으로야 밀릴 게 없는 사람이었지만 취객 1명 제가 제압을 제대로 해 본 적 없다"라고 했다.

이어 "술 드신 분들은 일단 신체가 정상적인 상태보다는 합리적이지 않은 상태로 많이 저항을 한다. 더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그 취객이 다칠 수가 있다. 몇 년 전에는 그런 취객을 제압하다가 사망한 경우들이 있었다"라며 "그것만을 따로 놓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어떤 자격 유무라든지 또는 이것을 확대시켜서 여성 경찰관 전체로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여경이 다른 남성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에 대해선 "위급할 때는 (요청이) 당연히 가능하다. 물론 일상적으로 경찰이 해야 될 일을 시민께 부탁드리면 안 되겠지만 상당히 위급하거나 안전 확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경우는 도움 요청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 시민분이 도와주시면 훨씬 더 안전하게 상황이 제압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던 것 같다"라며 "일단 그 상황은 여경이 무릎으로 상대 주취자를 제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추가적인 난동이나 위해를 방지하려면 수갑을 채워 거동에 제한을 해야 하는데 무릎으로 상체를 제압하고 손으로 팔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수갑 착용 자체는 어려운 동작이었던 것 같다. 그 상황에서 시민분이 조금 제지만 해 주신다면 용이할 수 있다. 이런 판단 같다"라고 설명했다.

여경 무용론이 등장한 것과 관련, "저는 현재 세계 경찰의 흐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고 역행하는 말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업무의 70%는 소통이다. 현장 출동했을 때 특히 미국에서 연구를 보면 남성-남성 2인조가 현장 출동했을 때보다 남성-여성 2인조가 출동했을 때 경찰과 대상과 어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비율이 훨씬 낮아진다는 그런 보고가 있다"라고 말했다.

체력 검사 기준에 대해서는 "시민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영국 경찰의 경우에는 34kg를 멜 수 있고 35kg을 당길 수 있으면 되고 왕복 달리기의 기본 요건을 갖추면 된다. 한 번에 안 되면 세 번까지 기회를 준다. 가장 중요한 건 신체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경찰 업무에 필요한 체력과 기술은 경찰관이 된 후에도 훈련을 통해 우리가 갖추도록 해 주겠다. 이게 영국 경찰 기본 태도다. 힘만으로 뽑는다면 격투기 선수나 운동선수만 경찰관이 돼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언제나 상대방보다 힘이 세다는 보장이 없다. 사회 자체가 법과 경찰의 권한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맞다. 힘을 쓰는 일들이 계속 있어야 된다는 그런 사회라면 얼마나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겠느냐"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과중한 업무도 지적했다. 표 의원은 “현재 우리 경찰이 야간에, 특히 지구대에서 소화해야 할 취객 등의 업무가 상당히 과중되어 있다”면서 2년 전 포항 북부경찰서 최준형 경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최준형 경장은 31살의 아주 체력적으로도 일반 성인 남성보다 훨씬 더 뛰어난 체력을 가진 분이었는데 이분이 한 4시간에서 6시간 사이 정도 취객의 난동을 진압하는 업무를 하시다가 근무 이후에 지구대로 돌아와서 휴식 중에 사망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 = 표창원 의원, 방송 캡처]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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