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구슬의 새 시즌 과제, 에이스의 무게를 견뎌라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부담스럽네요."

시즌 플랜을 짤 때, 에이스 설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당사자에게 적절히 책임감을 부여하고, 사령탑은 에이스의 장점을 극대화한 플랜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팀의 골격을 이루는 부분. 사령탑의 안목과 결단력,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결정적 대목이다.

유영주 감독은 BNK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선수들과 1대1 면담을 했다. 그 과정에서 구슬을 에이스로 낙점했다. 선수단 구성을 볼 때, 마침맞은 결정이다. 마침 구슬은 지난 시즌 35경기서 평균 28분22초간 10.2점 4.2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13-2014시즌 데뷔 후 커리어하이였다.

기본적으로 수준급 공격력을 갖춘 180cm 스몰포워드다. 정확한 3점슛을 장착했다. 미드레인지를 공략하는 능력도 좋다. 돌파력과 포스트업 능력도 겸비했다. 지난 시즌 높이가 낮은 팀 특성상 4번까지 소화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근본적으로 WKBL을 대표하는 3번으로 성장하는 게 맞다. 한채진과 조은주가 이적, 퇴단한 상황서 BNK의 중심을 잡아야 할 위치다. 그러나 정작 구슬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4일 창단식이 열린 부산 롯데호텔에서 "부담스럽네요"라고 말했다.

경기력은 기복이 심한 편이다. 정상일 전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긴 시간 출전했음에도 그랬다. 상대가 강력한 마크를 하면 주춤하면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매우 빠른 발을 지닌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수비로 팀에 공헌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은 취약하다.

그러나 팀 내에서 구슬만큼의 공격력을 갖춘 선수가 없다. 에이스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에이스의 책임감을 갖고, 성장해달라는 유 감독의 기대도 담겼다. 유 감독은 "본인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데, 전 경기에 출전하면 된다. 그 자체만으로 에이스"라고 말했다.

그동안 구슬은 발목이 조금 아파 재활했다. 슈팅훈련만 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부담이 된다. 보여드리고 싶은데 훈련 합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운동하는 걸 보면 힘들어 한다. 그래도 감독님이 이겨내라고 했고, 어차피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니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일단 몸을 잘 만들고, 시즌 개막 후 꾸준히 출전해 자신의 기량을 100% 쏟아내야 한다. 그리고 주위를 살피면 된다. 유 감독의 '전 경기 출전' 발언도 넓게 보면 이와 일맥상통한다. 구슬은 "지난 시즌까지는 언니들을 따라가면 됐는데 이제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은 잘 못하고 있다"라고 돌아봤다.

BNK는 다음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일주일간 전지훈련을 갖는다. 구슬 스스로 에이스의 무게를 극복하면서, 자신도 팀도 스텝업해야 한다. 구슬은 "기복을 줄여야 한다. 농구로 보여드린 것보다 에이스라고 알려진 게 컸는데 농구로 보여드려야 한다.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구슬.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