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웅빈의 귀인들, 그리고 야구를 향한 욕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사흘 동안 나를 찾아오셨다."

성공한 사람은 누구나 그렇듯, 키움 내야수 김웅빈(24)에게도 귀인들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육상부 감독, 자신을 야구선수로 이끌어준 임원수 경기중학교 감독, 진정한 프로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해준 상무 박치왕 감독이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인훈련 중인 김웅빈을 만났다. 육상선수 김웅빈이 궁금했다. 그는 "야구를 중학교 때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태권도, 검도, 육상 등을 했다. 5학년 때 시 대회에 나갔는데, 800m 3등, 멀리뛰기 2등을 했다. 그런데 도 대회에 나가니 꼴찌를 했다"라고 웃었다.

운동선수로서의 자질이 있었다. 서라벌초등학교 시절 육상부 감독이 육상보다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를 추천하면서 야구선수의 길이 열렸다. 중학교 야구부 감독은 김웅빈을 사흘 동안 설득했고, 결국 야구선수가 됐다. 두 은사가 김웅빈의 첫 번째 귀인인 셈이다.

김웅빈은 "원래 왼손잡이였다. 왼손과 오른손 모두 공을 던질 줄 알았는데, 중학교 감독님이 사흘 동안 나를 찾아오셨다"라고 돌아봤다. 그렇게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프로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타격과 수비 모두 재능이 뛰어나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상무에서 보낸 2년도 의미 있었다. 박치왕 감독은 김웅빈에게 "사회인야구라고 생각하고 해라. 야구는 어디서 해도 다 똑같다. 프로에서의 큰 경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봐라"고 격려했다. 덕분에 김웅빈은 "멘탈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장정석 전 감독은 김웅빈을 전역하자마자 1군에 올렸다. 2019시즌 막판 4경기서 11타수 3안타 타율 0.273 3타점 1득점으로 돋보였다. 10월15일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도 4타수 2안타를 쳤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서 부진했지만, 가능성은 확실히 발견했다.

김웅빈은 "롯데와의 시즌 막판 두 경기만 좋았다"라면서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을 다시 치렀는데 긴장도 많이 했고 재미도 있었다. 좋은 경험을 했다.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나서지는 못했는데, 덕아웃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경험이다"라고 돌아봤다.

포스트시즌을 보고 느끼면서, 수비력 향상의 필요성을 느꼈다. 김웅빈은 "단기전을 보니 수비가 중요하더라. 가오슝 캠프에 가서 수비 훈련을 많이 할 것이다. 범위도 중요하지만, 내 앞으로 오는 타구를 100%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김웅빈은 도루도 욕심을 냈다. 아직 데뷔 후 단 1개의 도루도 하지 못했지만, 육상 선수의 경험으로 기본적인 주력은 좋은 편이다. 요령이나 타이밍 등을 익히는 게 숙제다. 그는 "순발력을 많이 키웠다.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라고 했다.

키움 내야는 2020년에도 전쟁터다. 송성문이 군 입대했지만, 3루수가 가능한 외국인타자 테일러 모터가 입단했다. 모터는 멀티 자원이다. 김웅빈은 "수비를 잘 하는 선수라고 들었다. 배울 건 배우겠다"라고 했다. 물론 3루 경쟁서 질 마음은 없어 보였다. 좋은 자세다.

김웅빈은 아직 프로에서 보여준 게 많지 않다. 올 시즌 1군에 자리잡고 활약하면, 김웅빈의 은사들이자 귀인들도 기뻐할 수 있지 않을까. 김웅빈은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144경기를 다 뛸 수 있다면 15홈런과 80타점을 해보고 싶다. 골든글러브도 받아보고 싶고 대표팀에도 가보고 싶다"라고 했다. 김웅빈의 도전이 시작됐다.

[김웅빈. 사진 = 고척돔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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