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우천취소…김태형 "1시간씩 지연될 때는 취소 고려했으면" [MD이슈]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시즌 8번째 맞대결은 오후 11시 52분이 돼서야 끝났다. 투수 교체가 잦았던 것도 아니고, 타격전이 전개되지도 않았다. 결과는 2-2 강우콜드 무승부. 수도권의 오락가락한 비로 인한 지연 시작 및 두 차례의 우천 중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130분 기다린 잠실…5시간 22분 우중혈투

잠실에는 오후 4시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굵은 빗줄기가 일일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며 내야를 비롯해 불펜, 외야 워닝트랙 등 그라운드 대부분이 물바다로 변했다. 방수포 작업을 실시했으나 워낙 비의 양이 많아 내야 곳곳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형성됐다. 그러나 오후 5시 무렵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개었고, 박종훈 경기감독관이 그라운드 정비를 지시하며 수많은 물웅덩이를 메우는 대공사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경기가 예정보다 1시간 지연된 7시 30분에 개시됐다.

하늘은 야속하게도 29분 뒤인 오후 7시 59분 힘겹게 정비된 잠실 그라운드에 다시 매서운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1회말이 끝나고 2회초 선두 양우현 타석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경기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주심은 결국 우천 중단을 선언. 날씨가 정말 오락가락했다. 규정에 따라 30분을 기다리니 거짓말처럼 비가 다시 그쳤다. 이후 그라운드 재정비를 거쳐 중단으로부터 40분이 지난 오후 8시 39분에 경기가 재개됐다. 두산 9번타자 이유찬은 오후 8시 54분이 돼서야 첫 타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잠실구장에 한동안 평화가 찾아왔다. 약한 빗줄기가 간간이 내리긴 했지만,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9회초 1사 후 홍건희가 강민호를 상대하던 도중 빗줄기가 다시 굵어졌고, 주심이 이날 두 번째 우천 중단을 선언했다. 그 때 시각 오후 11시 22분이었다. 다시 규정에 따라 방수포를 덮은 채 30분을 기다렸다. 이후 계속되는 빗줄기에 강우콜드 무승부로 경기가 우여곡절 끝에 종료됐다.

▲“1시간씩 지연될 때는 취소도 고려해주길”

한 경기서 무려 130분을 기다린 김태형 감독은 “계속 몇 년째 정답이 없는 것 같다”며 “경기감독관 입장에서 보면 현재 비가 안 오는데 경기를 취소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장은 비 예보가 있을 때 이를 언급하며 취소를 요구한다. 항상 이런 소통 방식이 계속돼 왔다”고 말했다.

다만, 5일처럼 그라운드 정비 시간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상황에선 감독관이 과감하게 취소 결정을 내리길 바랐다. 김 감독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경기를 할 수 있다. 비가 안 올 때까지 기다리면 밤을 새서라도 한다”며 “그라운드 정비로 경기가 1시간씩 지연되는 상황에선 솔직히 그냥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6시 30분에 진행될 경기가 1시간 이상 늦어지는 건데 그런 부분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대팀이었던 삼성 허삼영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허 감독은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 처음부터 안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선수들은 비 오는 날 야구하는 걸 가장 기피한다. 식은 몸에 다시 열을 올리기 위해 에너지를 내야하며 부상 위험도 크다. 타구 속도가 빠르고 땅도 미끄럽다. 타자의 경우 헬멧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시야가 방해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실 기후라는 게 정답이 없다. 특히 올해 여름 날씨는 더욱 그렇다. 또 취소 후 비가 계속 내릴 수도, 아니면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어떠한 결과가 뒤를 따르든 경기감독관을 향한 선수단과 팬들의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경기감독관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다. 원리원칙대로 비가 오지 않는다고 경기를 진행시키는 게 아니다. 판단을 해야 한다”며 “또 그 판단 이후에는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된다. 그럴 경우 감독관이 과감하게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고 했다.

[위부터 김태형 감독-우천 중단된 서울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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