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휴대전화 번호 노출 사과…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것"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입을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을 28일 오후 화상으로 만났다.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황 감독은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와 어른이 돼 무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 사이의 연결고리를 포착해 2009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좋아한 서바이벌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했다"라고 말문 연 그는 "2008년에 하던 영화가 없어지고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생활비가 떨어져서 대출도 받아야 했고 어머니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았다"고 돌이켰다.

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배우 캐스팅을 하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라며 "2018년 우연히 다시 시나리오를 열어보게 됐다. 영화로 만들기엔 어려울 것 같고 지상파나 케이블채널에서 드라마로 만들기에도 힘들 것 같았다. 넷플릭스에서만 가능했다. 넷플릭스에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해주셔서 시리즈화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드라마는 공개 열흘 만에 국내를 넘어 미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76개 국가 1위에 등극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황 감독은 "이토록 빠르게 흥행하게 될 줄 몰랐다.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다. 기괴하고 이상한데 계속 보게 된다는 평이 인상적이었다. 잘 될지에 대한 걱정, 공포가 있었는데 내 마음을 잘 알아봐주셨다"라며 "얼떨떨하고 황송스럽다"라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차별성을 넣어서 새로운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오징어 게임'은 다른 만화와 달리 게임 자체가 엄청 단순하다. 보통의 서바이벌은 굉장히 뛰어난 힘, 용기, 지혜를 지닌 주인공이 게임을 헤쳐나간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는 잘난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다. 참가자에 공감하기 쉬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흥행 이유를 묻자 "눈에 띄는 비주얼"이라며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의 디자인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뛰어놀게 생긴 곳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가 흥미로울 것 같다"라고 답했다.

배우진 캐스팅 이유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황 감독은 벼랑 끝에 몰린 기훈 역의 배우 이정재를 두고 "근래 멋있는 역할만 많이 했는데 전에는 지질한 역할도 했다. 카리스마와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역전시켜서 매력을 끄집어내면 신선할 것 같았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박해수는 연기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뽑았다.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만 연기력을 인정하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새터민 새벽 역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배우 정호연을 놓고는 "새로운 얼굴을 뽑고 싶어서 오디션을 아주 오래 봤다. 오디션 마지막에 등장했다. '정호연을 뽑으려고 이렇게 오래 걸렸구나' 싶었다"라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흥행과 동시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 노출 피해, 젠더 감수성 부재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황 감독은 "휴대전화 번호는 확인하고 사용했는데 체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쳐드렸다. 제작진이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VIP가 모인 장소에 보디페인팅한 여성들을 인테리어로 등장시킨 장면에 대해서는 "남자, 여자 배우 한 명씩 보디페인팅을 했다. 인간을 받침대, 테이블로 도구화하는 모습을 미술로 표현하고 싶었다. 인간이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의미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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