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은퇴할 시기가 되면 대중성을 완벽히 내려놓고 혼자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지금은 일을 하는 때니 대중적이지 않은 제가 대중과의 접점에 자꾸만 부딪히죠. 거기서 에너지가 나오기도 하고 오류가 나기도 해요. 계속되는 과정이자 저에겐 투쟁이에요."

9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의 연상호 감독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지난 5일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의 이야기.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는 '기생수: 더 그레이'는 '한국에 기생생물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연상호 감독의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날 연 감독은 원작 '기생수'에 대해 "일본에서 2000만 부 이상 팔린 메이저 만화다. 현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했다"면서 "'기생수: 더 그레이'는 완전한 원작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핀오프다. 원작의 세계관까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좋게 봐주는 것 같다. 원작 만화에서 눈곱만큼이라도 나왔던 요소들로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인과 하이디의 설정 같은 경우도 신이치와 미기가 만화 중반 갖는 설정을 극대화했다. 심장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일정 시간 잠드는 시간을 갖는다는 설정이다. 수인에게 극대화해 적용했다. 원작 만화에 있던 날개 달린 기생수도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작자가 열려 있는 분이다. '기생수'가 스핀오프 작품이 많다. 대본 작업하면서 한 회가 완성될 때마다 원작자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았다. 피드백 양은 많지 않았지만, 완성된 버전을 보고 인상 깊은 장면을 수기로 써서 보내주셨다"고 회상했다.

6회 엔딩에서는 일본 배우 스다마사키가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연 감독은 "스다마사키가 소년미가 있고 제가 찾던 이미지와 맞았다. '기생수' 원작도 엄청 좋아한다더라. 배우 양익준과 스다마사키가 함께 출연한 '아, 황야'라는 작품을 보고 '기생수: 더 그레이'와도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양익준 때문에 보게 됐지만 스다마사키에 시선이 많이 갔다. 흔쾌히 출연을 수락해 줘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연 감독은 촬영차 한국에 온 스다마사키와 함께 양익준을 만났다며 "맥줏집에서 치킨, 떡볶이 시켜 먹고 맥주 마셨다. 한국 치킨무를 너무 좋아해서 와이프랑 집에서 직접 담근다더라. 소탈하고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또한 연 감독은 수인이자 하이디 역을 소화한 전소니에 대해 "깜짝 놀랐다. 철민(권해효)과 병원 신에서 자기의 불행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진짜처럼 느껴졌다. 수인은 불행하지만 시종일관 우울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런 부분이 수인의 불행을 더 진짜처럼 느끼게 해줬다. 후반부에는 하이디에 몰입이 많이 됐다. 하이디는 건조하고 무표정하지만 갈수록 수인을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소니가 표현을 잘해줬다"고 호평했다. 

강우 역의 구교환에 대해서는 "진지한 하이디와 우울한 수인 사이에서 강우가 너무 무거운 느낌을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구교환은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강우는 껄렁대기도 하고 어두움도 있어 연기하기 힘든 인물이다. 구교환은 본인이 연출을 하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계획이 있고 적재적소에서 연기를 잘 해줬다. 구교환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찰떡이었다"고 극찬했다.

다소 '과하다'는 평이 있었던 준경 역의 이정현에 대해서는 "준경은 엄청난 고통을 안고 있지만, 가짜광기라는 가면으로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수인과 하이디 등 여러 일을 겪으면서 그 가면을 벗어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이정현이 가수 시절부터 보여준 여러 가지 광기 어린 모습들이 와닿았다. (웃음) 그 광기는 진짜 느낌이 아니었으면 했다. 그의 가면이기 때문이다. 진짜 준경의 모습은 오히려 기생생물이 된 남편이 죽었을 때나, 과거 플래시백 후 잠에서 깨어났을 때의 모습 아닐까 싶다. 그런 부분에서 이정현이 잘 표현해 준 것 같다"고 짚었다.

연 감독은 현재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후반 마무리 작업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뵙지 않을까 싶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흥행은 예측할 수 없지만, 시즌1을 보신 분들은 당연히 즐겁게 볼 것 같다. 목표는 시즌2를 통해 전 시즌을 안 봤던 분들도 찾아보게 하는 거다"고 포부를 전했다. 

연이은 흥행에 대한 소감으로는 "부담도 되고 좋기도 하다"면서 "사실 저 자신을 평가하자면 그렇게 대중적인 사람은 아니다. 성격 자체가 대중성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중성 있는 무언가를 할 때 부딪히는 부분이 있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다음 내용에 대한 구상은 있다"고 귀띔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