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미래 예술 여행에 동행할 책

파리의 미술관 |저자: 이혜준·임현승·정희태·최준호 | 클로브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북에디터 유소영] 영국 런던에 처음 갔을 때 내셔널 갤러리에 들른 적이 있다. 1793년 루브르 박물관이 문을 열자 영국인은 당시까지 국립미술관 건립에 미온적이었던 영국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결국 국립미술관 건립 프로젝트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내셔널 갤러리는 1824년에 문을 열었다.

초창기에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자주 비교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기부와 유증으로 작품을 받거나 내셔널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하여 수장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건물도 계속 증축되었다. 내셔널 갤러리는 현재 트래펄가 광장에 있는데 런던 서쪽 부유층과 동쪽 빈민층 모두 접근할 수 있도록 런던 가장 중심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지금 내셔널 갤러리는 미국 내셔널 갤러리, 프랑스 오르세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나는 런던에 갈 때마다 영국인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파리 미술관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동안 나에게는 파리 미술관 관람 복은 없었다. 아쉬운 대로 이런저런 미술책을 들춰보다 파리 5대 미술관 투어를 한 권에 담았다는 <파리의 미술관>을 집게 되었다. 파리 미술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문화해설가 네 명이 파리 5대 미술관에 있는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책이다.

첫 부분부터가 재밌다. 처음 소개하는 곳은 오르세미술관인데, 이곳만의 큐레이팅에 먼저 주목한다. 오르세 미술관 0층에는 인상파 화가에게 영향을 준 이들의 작품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이는 인상파가 어떤 시대적 배경과 노력으로 탄생했는지 알게 해주는 큐레이팅이다.

또한 0층 중앙 복도에는 잔인하게도(?) 오른쪽에는 당대에 성공한 작가 작품이, 왼쪽에는 당대에는 실패한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작품 판매량이나 대중의 사랑이 아니라 당시 미술계에서 원했던 그림인지 여부라고 한다. 실패한 쪽에는 장 프랑수아 밀레 <만종> <이삭줍는 사람들>, 귀스타브 쿠르베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 <화가의 작업실>이, 성공한 쪽에는 알렉상드로 카바넬 <비너스의 탄생>,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 <비너스의 탄생>이 전시 중이다. 당대에 순응한 작품은 성공했고, 저항한 작품은 실패했다. 이렇게 그림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어 로댕 미술관에서는 로댕의 고민이 담긴 습작을 먼저 본 뒤 정원을 산책하며 완성본을 둘러보는 구성이 흥미롭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관람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즉, 미래의 내가 가장 궁금해하며 들를) 드농관의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렇게 각자 다른 접근 방식으로 미술관을 다루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 책 끝부분에는 루브르 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전시실을 놓치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사진을 보며 나는 영국박물관(대영박물관)에 있던 메소포타미아 유물을 떠올렸다. “영국 것은 건물과 경비원이 전부”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 영국박물관은 남의 나라 신전이고 성벽이고 무단으로 훼손하여 뜯어온 덕분에 관람객은 한 곳에서 많은 문화재를 볼 수 있지만 문화재를 빼앗긴 나라로부터 높은 원성을 사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도 비슷한 원성을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프랑스 박물관답게 프랑스 물건도 많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미술품 위주로 사진이 실려 있는 다른 미술서와는 달리 미술관의 아름다운 전경과 전시실 내부 사진도 함께 실려 있다는 점이다. 미술품만 담은 사진은 미술품이 어떤 크기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책에서는 전시실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어 마치 친절한 문화해설사를 곁에 두고 미술관을 돌아본 느낌을 갖게 되었다.

언젠가 가볼 파리, 언젠가는 꼭 들러볼 그 미술관, 그곳에 가기 전에 나는 이미 준비를 해놓았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함을 느낀다.

|북에디터 유소영. 책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느라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슬픈 출판 기획편집자. 요즘은 눈을 감고도 읽을 수 있는 오디오북에 빠져 있다.

북에디터 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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