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W' 송재정 작가, 당신은 강철을 죽일 수 있습니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W' 세계의 진짜 주인은 오성무(김의성) 작가가 아니라 송재정 작가다.

MBC 수목드라마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 '나는 누구인가?'…'존재'에 대한 의문과 운명론

첫째, 하위세계와 상위세계로 나뉜 개념이다.

'하위'는 강철(이종석)이 속한 웹툰 'W'이고, '상위'는 연주(한효주)가 속한 현실이다. 두 세계가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양립한 '평행세계'일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일단 지금까진 강철의 세계는 연주의 아버지 오성무 작가가 창조한 '하위' 개념이다.

재미있는 건, 사실 '상위'에 해당하는 연주의 현실 역시 개념을 확대하면 또 다른 '하위세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오성무가 웹툰 'W'를 창조했듯, 연주가 존재하는 현실 역시 송재정 작가가 창조한 드라마 'W'란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즉, 강철이 존재하는 '세계1'이 있고, 그 위에 연주가 살아가는 '세계2'가 있으며, 이보다 더 위에 송재정 작가와 우리들이 속한 '세계3'이 있는 셈이다.

다만 강철이 연주가 존재하는 '상위세계'를 인지한 것과 달리 연주는 우리가 존재하는 '상위세계'를 인지하지 못한다. 송재정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연주의 캐릭터 '설정값'이 '세계3'의 자각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초 강철이 품었던 '나는 누구이고, 당신은 누구인가?'란 의문은 상당히 중대해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존재'와 '우주'에 대한 의문이자 강철뿐 아니라 우리 역시 품을 수 있는 근원적 물음인 까닭이다. '과연 우리의 세계가 최상위인가?'

'W'가 내놓은 해답은 이 세계 위에 또 다른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그리고 이 안에는 하위세계의 운명은 상위세계에 의해 이미 결정돼 있다는 운명론적 사상이 깔려 있다.

▲ '사라진 맥락'…운명은 바꿀 수 있는가?

둘째, 맥락이 사라진 이유다.

강철의 세계에 맥락이 없어진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강철이 스스로 운명을 바꾸려 했기 때문으로, 이는 운명론적 세계관에서 봤을 때 '이미 정해진 운명은 우리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가?'란 반문과 같다. 강철과 오성무 작가는 이 지점에서 끊임없이 대립했다.

또 다른 한 이유는 연주가 강철의 죽음을 막았기 때문으로, 이는 시각을 달리해 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독자가 작품에 개입하는 건 타당한가?'란 반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철의 죽음을 미리 안 연주가 강철을 살려내 맥락이 무너진 건, 흡사 비극으로 흘러가던 인기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결말을 바꿔 결국은 개연성과 주제의식까지 상실하는 모습과 닮아 있는 탓이다.

오성무 작가는 강철의 '저항'과 연주의 '개입' 둘 다 막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W'의 진짜 주인 송재정 작가의 선택이다.

일단 송재정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하위세계의 저항은 불가능하도록 설정해놨다. 다만 독자 혹은 시청자의 개입까지 막고 '맥락'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성무 작가가 애당초 마음먹었던 것처럼 송재정 작가의 드라마 'W' 역시 비극적인 결말을 가리키며 복선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사진 = 초록뱀미디어-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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