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 "자의식 강한 역할 多…여성들에 희망 줘 뿌듯" [MD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정지현 기자] 배우 배종옥이 주체성이 강한 여성 역할을 통해 여성들에게 희망을 준 것에 대해 뿌듯하다고 밝혔다.

배종옥은 17일 종영한 MBN-드라맥스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家)'에서 재계 1위 MC그룹의 오너리스크를 밀착 관리하는 TOP팀의 수장 한제국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제국은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한 인물이다.

앞서 배종옥은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야당 대표 자리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 윤찬경 역을 맡은 바 있다. 배종옥이 연기한 한제국과 윤찬경은 강한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두 캐릭터가 비슷할까 싶어 걱정도 했지만,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라고 이야기했다.

"저는 여자이면서 자의식이 강한 역할을 많이 해왔어요. 윤찬경은 오랜 시간 여당의 체제를 반대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야당 대표로서의 이미지가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한제국은 윤찬경과 조금 다르죠. 한제국은 윤찬경보다 훨씬 자유롭죠. 윤찬경은 정치인이라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한제국은 겉으로 드러나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룹 안이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훨씬 자유롭게 권력을 휘둘렀죠."

배종옥은 20대 때부터 주체성이 강한 여성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지난 1991년 방영된 MBC 드라마 '행복어사전'에서 여기자로 변신해 남자 동료와 싸우고, 상사에게 가서 잘못됐다고 따졌다. 1992년에는 미혼 여성이 집에서 따로 나와 사는 것에 의문을 품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MBC 드라마 '여자의 방'을 통해 여자 셋이 한 집에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냈다. 1995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는 말을 속사포같이 내뱉으면서 따지는 역할이었다. 당시에는 이런 여성 캐릭터가 없었고, 너무나 독특한 캐릭터였다고.

"저는 역할들을 맡으면서 '많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나에게 사랑과 애정을 주시면서 본인들을 대변해주시길 원하는구나 생각했죠. 누군가가 제가 한 말을 통해 시원하다면 제가 연기를 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로도 자의식이 강한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 안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굳이 캐릭터에 그친 게 아니라 '여자들이여. 눈을 떠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괜찮고,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이야기들을 역할을 통해 은연중에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자부심도 있어요. 제 삶도 그랬고, 여자들에게 그런 희망을 준다는 게 뿌듯했어요."

하지만 배종옥이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들만 맡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여러 가지 캐릭터를 맡아 다양성을 추구하며 연기하는 배우다.

"자의식 강한 여성의 역할이 예전에는 손에 꼽았는데, 그렇게 저를 미워하는 남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이런 역할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에요. 이런 이미지가 있으니 이런 역할들이 많이 들어어왔죠. 이런 역할만 해왔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저는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역할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워낙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사람들이 제가 그런 역할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SBS 드라마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도 했다고 말하면 '아 이것도 하셨죠'라고 해요."

배우 인생 34년 차인 배종옥은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변화가 노력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일인 것 같고 재밌어요. 늘 똑같은 일상의 반복도 지루하지 않나.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미없죠. 새로운 캐릭터가 오면 재미 붙여서 할 것 같아요. '뭘 해도 새로운 캐릭터가 있을까' 싶었는데 윤찬경, 한제국을 했어요. 앞으로도 어떤 기회에 어떤 캐릭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여전한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정지현 기자 windfa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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