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성장’ SK 최성원 “안 되면 은퇴할 각오로 독기 품었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그야말로 ‘폭풍 성장’이었다. 지난 시즌에 단 1경기만 소화했던 서울 SK 가드 최성원(25, 183cm)은 올 시즌 SK의 주축선수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그렸다.

서울 SK는 2019-2020시즌을 원주 DB와 공동 1위로 마쳤다. 어느 팀도 개운치 않은 마무리였다. 안양 KGC인삼공사까지 치열한 3강 싸움을 펼쳤으나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악재가 발생, 진검승부를 펼치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났으니 말이다. 최성원 역시 “공동 1위였고, 팀 분위기도 좋았는데 이렇게 돼 아쉽다”라며 2019-2020시즌을 돌아봤다.

최성원은 지난 시즌까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남기지 못한 자원이었다. 드래프트 동기 안영준이 신인상을 차지한 2017-2018시즌은 6경기 평균 2분 20초에 그쳤고, 지난 시즌은 단 1경기(1분 19초)만 투입됐다. 2년차 시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D리그에서 보낸 것.

“심적으로 힘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프로의 벽이 높았다”라고 회상한 최성원은 “신인 때는 벤치에 앉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D리그만 뛰다 보니 지난 시즌은 너무 힘들었다. ‘계속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란 생각도 들었다. 군대 문제까지 있어 올 시즌도 안 되면 은퇴한다는 각오로 독기를 품었다”라고 덧붙였다.

최성원은 독기를 품고 준비한 3년차 시즌에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비시즌에 열린 터리픽12서 전담 수비수로서 가능성을 제시한데 이어 시즌 개막 후에도 ‘에이스 스토퍼’로 진가를 발휘한 것. 김선형의 체력 조절, 기선 제압 등을 위해 선발 출전한 경기도 많았다. 실제 최성원은 올 시즌 42경기 가운데 29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최성원은 “사실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 아무래도 상대팀 에이스를 전담 수비하고, 1~2분이라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놓은 후 (김)선형이 형과 교체돼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큰 기회였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10분 뛸 생각으로 체력 조절하지 말고 단 1분이라도 죽기 살기로 상대를 괴롭히자는 마음으로 뛰었다”라고 말했다.

최성원은 이어 “수비는 물론 재능이 있어야 하지만, 독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0득점하는 선수를 5득점으로 막겠다는 각오였다”라고 덧붙였다. 문경은 감독도 가파른 성장세를 그린 최성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경은 감독은 “‘쓸 만한 선수’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올라선 것 같다”라며 최성원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최성원은 올 시즌 42경기서 평균 16분 10초 동안 4.3득점 3점슛 1개 0.7스틸을 기록했다. 미세한 허리통증으로 단 1경기만 결장했고, 3점슛 성공률(38.7%)은 팀 내에서 규정을 채운 선수 가운데 2위였다. ‘27경기’라는 목표를 훌쩍 뛰어넘은 성과였다. “1군에 진입하면 27경기를 채우고 싶었다. 그 다음 목표는 1분이라도 뛰는 것이었고, 이후부턴 3분-5분 등 점진적으로 목표를 늘리며 시즌을 치렀다”라는 게 최성원의 설명이었다.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만큼, 깨달음도 얻었다. 최성원은 “3라운드까진 체력적으로 괜찮았는데 4~5라운드에는 조금 힘들었다.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시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제 최성원에게는 올 시즌의 활약이 ‘반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아직 FA, 트레이드 등 전력 보강의 여지가 남아있으나 SK는 전태풍이 2019-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터. 차기 시즌에는 최성원에게 보다 많은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고, 김기만 코치님도 수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덕분에 수비 외적인 부분도 조금씩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2019-2020시즌을 돌아본 최성원은 “수비에 있어 더 재치있고, 센스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선형이 형이 없을 때 보다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전했다.

[최성원.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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