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보고 깨달았다, 9억팔 장재영이 그렇게 출발선에 섰다[MD이슈]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욕심을 내다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 '9억팔' 신인 우완 장재영은 3일 자체 연습경기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4회말, 1-0으로 앞선 버건디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사까지 잘 잡았다. 그러나 박준태를 1루 땅볼로 처리할 때 중지 손톱으로 엄지를 누르다 살이 살짝 찢어져 피가 났다.

이후 장재영은 박병호와 서건창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줬다. 벤치에서 장재영의 상태를 체크한 뒤 곧바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홍원기 감독은 "덕아웃에 얘기해 교체를 요청해야 했는데 의욕이 앞섰다. 몸 관리를 해야 하는데 경험이 부족하다"라고 했다.

장재영도 생각이 있었다. "시즌에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서, 안 좋을 때의 상황도 경험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했다. 경험이 부족한 신예의 판단 미스였다. 그는 "다음부터는 바로 말씀 드리고 조치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 장면 말고도 장재영에겐 깨달음이 더 있었다.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154km를 뿌리며 잠재력을 증명했다. 다만, 박준태를 처리한 뒤 박병호에게 초구부터 폭투를 범한 건 손가락에 피가 난 영향이라기보다 투구 밸런스 자체가 흔들렸다는 게 장재영의 자체 평가다.

장재영은 라이브피칭 당시 박병호에게 큰 타구를 허용한 적이 있었다. 그 장면을 의식했다고 털어놨다. "직구 타이밍에 얻어 맞을 것 같아서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려다 보니 공이 하나씩 빠졌다. 피하기보다 좀 더 낮게 깔리면 좋았을 것이다. 피하는 게 안 좋다는 걸 느꼈다"라고 했다.

서건창에겐 2S서 볼 4개를 던지며 흔들렸다. 장재영은 "그 전까지는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고, 맞으면서 던지자고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2사 후 2S를 잡고 욕심을 내다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라고 했다.

즉, 장재영은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사실 이 부분에선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장재영은 "처음에는 라이브피칭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던졌다. 그런데 타자 선배들이 집중력 있게 들어왔다. 차이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힘이 좀 더 들어갔던 것 같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더 좋은 공을 던질 것 같다"라고 했다.

자신과 똑같은 강속구 투수 안우진의 투구에도 감탄했다. 안우진은 이날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섞어 완벽한 투구를 했다. 장재영은 "우진이 형은 타자가 누구든 자기 공을 던진다. 공이 원하는대로 가지 않을 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 부분은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또 하나는 패스트볼보다 변화구 제구에 약점을 노출했다는 점이다. 고교 시절부터 지적됐던 부분. 장재영은 포수 박동원, 이지영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었다. "코너워크를 해서 타자가 못 치는 공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동원 선배님, 이지영 선배님이 코스를 보고 던지기보다 가운데로 넓게 보고 높은 공과 낮은 공을 던지라고 했다. 위, 아래 스트라이크 존을 보고 던지는 게 편하다"라고 했다.

흔히 제구력이 불안한 투수들이 코너워크에 지나치게 의식하다 무너지곤 한다. 투수 전문가들은 코너워크보다 타이밍을 빼앗아 범타를 유도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장재영은 하나씩 깨닫고 배워가는 단계다.

장재영은 "평균 152km가 나왔는데, 구속이 더 나오는 것보다 스트라이크 존에 형성되는 공이 많으면 좋겠다. 똑같은 밸런스로 계속 던지니 평균 스피드도 올라간다"라고 했다. 그렇게 9억팔 특급신인이 출발선에 섰다.

[장재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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