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 파리올림픽 금메달 목표가 고작 5개…‘훈련 부족’으로 망가지는 K스포츠

대한민국의 파리올림픽 금메달 목표는 5개. 냉정하게 따져 5개도 쉽지 않다고 한다. 런던 올림픽 때는 13개를 땄다. 세계 5위. 12년 만에 성적은 3분의 1토막 나게 될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구기 종목 대부분이 올림픽 예선에서 떨어졌다. 국제대회에서 성적도 형편없다. 구단은 사실 적자다. 그런데도 5억~10억 원 연봉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지방자치단체는 국민 세금으로, 수십조~수백조 원의 빚더미에 올라 있는 공기업들은 빚으로 억대 연봉을 주며 프로 등 스포츠 팀을 운영한다. 은행 등 기업들도 소비자 돈으로 구단을 지원한다. 비정상도 그런 비정상이 없다. 국민들 희생으로 세계에서 보기 드문 운동 환경을 누린다면 선수들은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야 정상이다.

앞날이 더 걱정이다. 학교 스포츠가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다. 운동이 힘들다며 다들 피하기 때문, 유지조차 힘드니 좋은 선수가 길러질 수 없다.

■“절대 훈련량이 부족하다”

무엇 때문에 선수들 실력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가? 박기원 태국 배구감독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박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감독 그리고 이란 대표·이탈리아 프로·대한항공 등의 감독이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를 “한마디로 훈련 부족”이라 했다. 감독이 선수들 눈치를 보는 환경이니 훈련을 강하게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운동은 어느 정도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수들이 이를 지루해한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 훈련을 싫어한다. 감독도 강요하지 못한다. 훈련 때 100%를 하지 않는데 실전에서 그것이 나올 리가 없다. 절대 훈련량 부족이다. 여자 국제대회를 보면 대표선수들 몸놀림이 중국, 태국, 일본과 큰 차이가 난다. 우리는 동호인 배구 하듯 선수들이 몸이 무거웠다. 선수들의 체형 자체가 달랐다. 한일 배구의 근본 차이는 훈련이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훈련량을 늘려야 한다.”

학교 체육 관계자는 60여 년 배구판을 누빈 박 감독의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를 했다.

“요즘 어떤 종목이든 선수가 부족하다. 아이들이 힘든 훈련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워낙 재미만 추구하는 세태라 연습도 놀이처럼 해야 그나마 따라온다. 기본기 연습을 중점으로 시키면 힘들고 재미없다고 다 도망가 버린다. 실력·체력을 갖춘 우수선수가 길러지기 어렵다. 학교 체육부터 국제경쟁력을 갖출 바탕이 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말초 재미만을 추구하는 연예‧오락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스포츠도 가벼운 재미만을 추구하는 세태가 된 것이다. 힘들게 땀 흘려 연습하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을 낡은 세대의 유산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스포츠가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의 경우를 보자.

올해 대학에 가는 엘리 지벨은 고교 순위 7위의 여자 농구선수. 청소년 세계대회 금메달을 땄다. 전체 졸업생 중 가장 슛을 잘 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 고교 마지막 해 평균 3점 슛 성공률은 44%. 올스타 경기 3점 슛 경연에서 1위를 했다.

■여름마다 10만번 슛을 던진 농구선수

지벨의 고교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두 달 반 여름방학 동안 1만번 이상의 슛을 연습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름마다 1만번이 아니라 10만번 이상의 슛을 던졌다. 하루에 1,500번 가량 쏜 셈.

지벨이 국가대표가 되고 최고 슈터로 인정받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엄청난 개인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던지고 또 던지는 반복. 무슨 재미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지벨만 열심히 개인연습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학교 감독들이 그렇게 시키고 선수들은 따른다. 학교들은 엄격하게 연습 시간 등을 통제한다. 일주일에 8시간 이상 단체 연습을 못하도록 하는 곳도 많다.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으면 팀에 낄 수 없다. 대학도 갈 수 없기 때문에 공부도 열심히 한다. 지벨의 고교 평균 성적은 4점 만점에 3.76. 선수들은 학기 중에는 새벽이나 방과 후, 여름방학에는 개인연습을 한다. 선수들은 스스로 기본을 닦지 않으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고 대학에도 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은 시즌 중에 만들어지나 선수는 여름에 만들어진다.” 정규수업을 강조하니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미국의 고교 남자 농구선수는 54만 명. 그중 363개 대학 1부에 입학하는 비율 1.0%. 여자는 43만 명 가운데 1.2%. 야구 49만 명 중 2.1%, 남자 축구 43만 명 중 1.7%. 남자 배구 5만5000 명 중 0.7%만이 1부 대학에 간다. 1~3부 1,100여개 대학 다 합쳐도 전체 졸업 선수 3~6%만이 진학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프로에 가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미국 전역에 ‘1만번의 슛과 5만번의 드리블’을 내건 여름 연습캠프가 수두룩하다. 방학에 연습을 하라는 감독의 말을 듣는 학생들이 몰려든다. 중장거리, 자유투 등 각종 슛과 드리블 연습만 한다. 그야말로 기본기 반복 훈련이다. 야구 등 다른 종목도 그렇다.

여름 동안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도 1만번을 쏜다. 중학 1년이 슛 3만3,000번, 초등 6학년이 슛 1만6,600번에 드리블 6만번, 중 1 여학생이 슛 1만번 드리블 10만 번을 연습했다며 클럽마다 기록들을 공개한다. 대학 선수 설문조사에서 77%가 개인연습 때는 시합보다 기본기 훈련을 더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경기 훈련이 더 재미있을지 모르나 나쁜 습관을 키우며, 좋은 선수가 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프로든 아니든 반복된 훈련만이 생존을 위한 정답이다. 올림픽 수영에서 금메달 16개를 딴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는 한 때는 5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3~6시간씩 수영 연습을 했다, 일주일에 4~5일은 지상 훈련을 따로 했다. 프로농구 ‘올해 득점왕’을 두 번 차지했으나 사고로 숨진 코비 브라이언트는 비시즌 6개월 동안 일주일에 6일, 하루 6시간씩 연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엄청난 훈련을 했기에 한때 스포츠 강국으로 꼽혔을 것이다. 지금도 일부 선수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박기원 감독의 지적대로 많은 선수들이 훈련을 덜 하기 때문이다. 학교 스포츠가 텅텅 비어가는 것은 기본기 훈련 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엄청난 양의 기본기 연습을 스스로 하는 것. 미국이 스포츠 강대국이 된 가장 큰 이유다. 미국 청소년이라고 재미를 모를까? 힘들지 않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뛰어난 기량을 가지려면 어떤 고통이든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프로가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국제경쟁력도 없이 큰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이 힘든 연습을 하지 않고 대학 가고 프로에 가서는 안 된다. 그런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프로든 학교든 선수들은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한국 스포츠가 발전할 수 없다.

손태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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