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때로는 소속팀의 든든한 마무리로, 때로는 국가대표팀의 '일본킬러'로 맹활약했던 구대성이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모두 거치며 '고무팔'을 자랑하던 그이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었던 것. 16일 현재 올시즌 그의 성적은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10.38으로 구대성이라는 이름과는 전혀 걸맞지 않다.
하지만 구대성에게 올시즌과 같은 모습은 그야말로 일부분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도, 그리고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도 그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구대성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세 장면을 꼽아본다.
▲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9회초 팀이 2점을 내며 4-3으로 역전. 이어지는 9회말 수비에서 이희수 감독의 선택은 '당연히' 구대성이었다. 그는 2사 2루 동점 위기에서 박현승을 2루수 땅볼로 잡아냈고 경기 끝. 마운드에 있던 구대성은 포수 조경택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1999년 한화의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이다. 그동안 한화는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많지 않았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로 창단한 이래 1990년대 초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강팀으로 군림했지만 '한국시리즈 강자' 해태에 막혀 번번이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이러한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준 선수가 바로 구대성이다. 1999시즌 한화는 정민철, 송진우, 이상목 등을 앞세운 마운드가 우승에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팀 승리를 든든히 지켜낸 구대성이 없었다면 이들의 활약도 빛이 덜 났을 것이다. 그 해 구대성은 119⅓이닝을 던지며 8승(2선발승) 9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3.09로 맹활약했다.
구대성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에서 그는 1승 1패 3세이브를 거두며 MVP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에 있었던 선수도,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돋보였던 선수도 모두 구대성이었다.
▲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전
구대성이란 이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일본킬러'다. 그는 독특한 폼과 두둑한 배짱, 뛰어난 구위와 수준급 컨트롤로 항상 일본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 전이다. 이날 한국팀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구대성 단 한 명이었다. 당시 일본의 신성이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 구대성은 그와 경기내내 팽팽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8회 이승엽의 역전타가 나왔고 이후에도 한국 대표팀 김응룡 감독의 선택은 구대성이었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동메달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150개가 넘는 공을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구대성이 있었다.
▲ 2005년 랜디 존슨 상대로 한 2루타에 이은 홈 쇄도
구대성은 4시즌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05년부터 미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새롭게 둥지를 튼 팀은 뉴욕 메츠. 메이저리그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팀내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그이지만 메츠에서는 중간계투가 그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를 단 번에 스타(?)로 만든 일이 있었으니 바로 랜디 존슨 상대 2루타다. 물론 2루타만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5월 22일(한국시각)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 '서브웨이 시리즈'에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양키스 선발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랜디 존슨.
이날 경기는 7회초까지 메츠가 2-0으로 근소하게 앞서갔다. 7회말 메츠의 첫 타자는 7회초부터 등판한 구대성. 볼카운트 1-1에서 그가 때린 큼지막한 타구는 양키스 중견수 버니 윌리엄스의 키를 훌쩍 넘어 가운데 담장까지 흘렀다.
구대성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랜디 존슨을 상대로 때리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음타자로 들어선 호세 례이예스는 희생번트를 댔다. 양키스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잡아 1루로 송구. 포사다가 홈플레이트를 비웠고 '점퍼를 입은 주자' 구대성은 이 빈 틈을 놓치지 않았다.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했고 결과는 세이프. 그야말로 모두를 놀라게한 7회말이었다. 느린 화면으로는 아웃으로 보였지만 척 메리웨더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결국 존슨은 연이은 충격(?)에 다음타자 미구엘 카이로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4점째를 내줬다.
구대성의 활약은 마운드에서도 빛났다. 1⅓이닝동안 안타와 볼넷은 내주지 않은 채 삼진 3개를 잡아냈다. 공수에 걸친 맹활약 덕분에 구대성은 이날의 선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홈에서의 슬라이딩 때 당한 어깨 부상은 그가 1년만에 미국 무대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사진 = 15일 은퇴를 선언한 구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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