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준형기자]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의 핏빛 복수극을 보고난 후 관객들은 그 잔혹함에 놀라면서도 '어디서 본듯한 영화'라는 얘기를 수군거린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영화 3가지가 생각나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케이프 피어', 그리고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는 약혼녀(오산하)가 살인마(최민식)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후 국정원 요원 주인공(이병헌)이 '그 이상의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정신이상 살인마인 최민식은 산골 외딴 길에서 이병헌의 약혼녀 오산하를 납치하고 '아기를 가졌다'는 애원에도, 아무 이유없이 토막살해한다. 이후부터 끝 닿을데 없는 분노를 품은 이병헌이 복수를 진행한다.
'복수 영화'가 한두편이 아니겠지만, 먼저 생각나는 것이 프랑스 영화 '돌이킬수 없는(Irreversible)'이다. 잔혹함과 소화기 때문이다.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한 이 영화는 잔인하게 성폭행당한 연인을 보고 뱅상 카셀이 처절한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강간당했고 죽었지만 당한 애인을 대신한 복수란 점에서 '악마를 보았다'의 이병헌과 복수의 동기는 같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에서는 충격적인 두 장면이 나온다. 현재서 과거로 가는 역순의 영화전개속 도입부에서 뱅상 카셀은 지하 바에서 한 놈을 찾아 그를 처참하게 죽인다. 카셀은 계단 구석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상대방의 머리를 내리치고 바닥에 형체가 없어질때까지 오랜 시간 짓이긴다. 소화기는 '악마…'에서 이병헌에게도 나온다. 이병헌도 최민식의 은신처를 찾아 소화기를 들고 힘이 빠져 탈진할때까지 머리건 어깨건 끊임없이 내려친다.
'돌이킬 수 없는'에서의 또하나 충격적 장면은 범인이 카셀의 연인 모니카 벨루치를 지하도에서 강간하는 신이다. 영화는 약 10분에 걸쳐 성폭행 장면을 지루할만치 리얼타임으로 보여준다. 관객들을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이 긴 장면이 바로 카셀이 범인을 그토록 처참하게 죽였던 이유를 설명한다. 이 지옥같은 시퀀스는 '악마…'에서도 여럿 보였다. 남의 약혼녀를, 임신까지 했다는데 알몸으로 비닐에 싸 토막살해하고 단두대로 머리를 잘라 하수구에 버리고, 또 최민식은 어린 여학생에 잡아 성폭행도 가한다. 모두 이병헌이 천배만배 그이상의 복수를 해야하는 이유다.
영화 '케이프 피어(Cape Fear)'도 복수극이다. 강간 폭행범 로버트 드니로의 변호를 맡게 된 닉 놀테가 오히려 그가 또다른 미성년 강간범이란 추악한 실체를 알고 감옥에 가게 내버려둔데 대한 드니로의 복수다. 14년형을 받은 드니로는 출감후 닉 놀테의 연인까지 찾아 무자비하게 성폭행하고 딸에게까지 접근한다. 영화 끝까지 가는 둘의 복수에 복수가 얽힌 사투의 상황은 나중 누가 악마인지 모르는 '이병헌과 최민식' 그대로다.
'악마를 보았다'는 또 최민식의 '올드보이'를 생각나게 한다. 최민식이 이 시나리오를 보고 김지운 감독에 추천했다는 저변에는 '올드보이'에 대한 추억이 깃든 것도 같다. 그래서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일까. 다른 것 보다 '인류사상 가장 최고의 복수는 무엇일까'에 고민한 흔적이 같다. '올드보이'에서 15년만에 사설감옥에서 나온 최민식은 딸(강혜정)을 몰라보고 그녀를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는다. 유지태는 '딸과 관계한 아버지'로 복수한 것이다. '악마를 보았다 엔딩에서 바로 그 지독한 가족을 이용한 복수를 보여준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가족이 자신도 모르게 가족을 죽이게 되는….
잔인하다는 얘기 다 돌고 뒤늦게서야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봤지만, 개봉 일주일쯤 됐는데 객석은 많이 찼다. 하도 매스컴에서 잔인하다고 해 각오하고 온 여자관객도 손으로 눈을 좀 가렸지, 악까지는 안 썼다. 딴은 김지운의 블랙유머이지만, 오히려 최민식이 이병헌에 거꾸로 "개싸이코 X끼"라고 하고, 사람죽이고 밤길에 세운 차가 하필 작전중인 군인차였을때는 웃기까지 했다.
그리고 영화 흥행의 가장 중요한 순간인 영화 보고난 후의 극장 복도. 최민식 이병헌 두 사람의 연기야 엄지 치켜들 것이 당연하지만, 관객은 김지운 감독이란 사람을 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 헷갈린다. 그러나 도입부의 천천히 들어가는 헤드라이트 산길, 최민식의 핏빛 광기, 라스트에 걸어나오는 이병헌의 무표정, 여기서 오산하의 처참한 비닐속 나신까지 머리에 스치고 지나갈때 거기에는 명스타일리스트 김지운 감독이 씩 웃고 서있는 것이다.
['악마를 보았다'-'돌이킬수 없는'-'케이프 피어'-'올드보이'(위에서 부터)]
곽소영 기자 muzpi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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