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넥센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넥센의 감독직을 맡은 후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탓일까. 웬만한 일은 그저 웃으며 넘길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더구나 취재진 앞에서의 '포커페이스'는 더욱 뛰어나다.
그런 김 감독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투수들의 실책이다. 26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강팀이 되려면 수비가 따라줘야 하고, 수비의 중심은 투수다. 그런데 요즘 젊은 투수들은 오직 피칭만을 생각한다. 수비를 망각한 승리? 우습다"며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넥센은 22일 LG전과 25일 SK전에서 이틀 연속 역전패를 당했다. 앞서고 있던 경기에서 실책을 빌미로 점수를 내주고 안은 뼈아픈 역전패였다. 당시 선발 투수였던 김성현과 김성태의 실책이 문제였다.
김 감독은 "경기에는 선수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다. 야구는 수비가 중요한 게임이다. 공격은 타자 한 명이 하지만 수비는 투수를 포함해 9명의 선수가 한다. 거기서 팀 플레이가 빠진다면 경기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특히 투수의 위치가 중요하다. 팀 플레이에 자신이 없다면 테니스나 골프 같은 개인 종목 경기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투수에게 중요한 것은 볼을 잘 던지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비도 잘 해야 한다. 다른 야수들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부분이 워낙 크지 않나? 나는 그 부분에 예민하다. 실책하는 야수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지만 투수들의 실책은 무척 화가 난다. 이번 두 경기 역시 그것(투수 실책) 때문에 꼬였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감독의 '투수론'은 이어졌다. 그는 "승리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수비가 빠진 승리는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공을 던져도 타자가 잘 치면 게임에서 질 수 있다. 그렇지만 수비는 내가 노력만 하면 가능한 일 아닌가? 수비만큼은 전적으로 내 움직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다. 이것을 망각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리그 7위로 쳐진 원인 중 하나도 실책이었다. 넥센은 26일 현재 투수 실책 16개로 두산과 함께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한 팀으로 기록돼 있다. 투수 실책 뿐만이 아니다. 팀 실책 역시 86개로 삼성과 나란히 1위를 달리고 있다. 김 감독은 "보이지 않는 실책까지 합하면 도대체 얼마라는 소리냐. 이런식으로 한다면 절대 강팀이 될 수 없다. 치고 던지는 건 누구나 다 한다. 보이지 않는 실책과 주루사 등으로 빼앗기는 실점을 피해야 한다"며 "강팀이 되려면 수비가 따라줘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여기에 묘한 우연이 겹쳤다. 김 감독에 이어 이날 한화 한대화 감독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실책이 아쉽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소용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것. 공교롭게도 두 팀은 리그 최하위인 7,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 넥센 김시진 감독(왼쪽), 한화 한대화 감독]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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