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장원삼이 자신의 최다승인 13승 도전에 성공했다. 장원삼은 5일 롯데전에서 초반 위기를 극복하고 5⅓이닝 4피안타 4실점(2자책)으로 승리를 챙겼다.
수 많은 시련 속에 달성한 13승이었다. 최근 7연승을 달리던 장원삼은 지난달 31일 KIA전서 아쉽게 13번째 승리를 놓쳤다. 경기 후 장원삼은 라커룸에 들어가 글러브를 바닥에 팽개쳤다.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묻어났다. 1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장원삼은 "아까운 경기였다. 7연승도 저지되고 13승도 못하고. 많이 아쉬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사실 요즘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시즌 끝날 무렵이 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마침 SK 전준호 코치가 복도를 지나다가 장원삼을 발견하고는 한걸음에 달려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 코치는 "똑바로 좀 해라. 내가 마음이 아프다"며 제자의 부진에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전 코치와 장원삼은 지난해까지 함께 넥센에 몸담고 있었다. 올 시즌 SK 주루코치로 이적한 전준호와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장원삼이 공교롭게도 넥센 홈구장에서 조우한 것이다.
장원삼은 전 코치의 진심어린 충고에 "제가 고집이 있잖아요. 포스트 시즌에서 잘 던지려고 지금 아껴두는 겁니다"라며 능청스럽게 눙쳤다. 장원삼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적 후 첫 시즌 부담감은…"
장원삼은 이적 후 시즌 초반 승패를 반복하다 6월 들어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며 삼성의 2위 진입을 이끌었다. 그는 "이적 후 초반에는 안 좋았다. 마운드 위에서도 '오늘은 잘 될까'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6월부터는 공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저절로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질 것 같다는 느낌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이적 후 첫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장원삼은 지난 시즌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4승8패 방어율 5.54에 그쳤던 터다. 그는 "솔직히 부담도 있었다. 트레이드가 된 후에는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당연히 따른다. 그래서 초반에 조금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워낙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또래 친구들도 많아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마냥 좋을수만은 없다. 장원삼은 현재가 이적 후 가장 큰 위기라고 말했다. "8월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선발 투수라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줘야 하는데 4, 5이닝밖에 못 던지고 내려오니까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만 던졌으면 지금보다 몇 승은 더 챙길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화나는 것도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스스로 분석한 원인은 지난 시즌의 여파였다. 그는 "스스로 조금 지친 것 같다. 몸이 힘들다. 작년에 너무 많이 쉬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차우찬, 류현진과 동급"
올 시즌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삼성의 매서운 상승세다. 비록 기록은 깨졌지만 5회 이상 리드시 53승이라는 놀라운 승률은 삼성의 탄탄한 마운드를 그대로 반영한다.
장원삼은 "덕아웃에 앉아 경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팀 선수들이 야구를 너무 잘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야수든 투수든 가릴 것 없이 다들 잘 한다. 애들이 미친듯이 야구를 한다"며 껄껄 웃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 덕분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분위기 한 번 타면 확 몰아치는 성질이 있는데 지금 삼성이 그런 상태다. 분위기를 타니까 단번에 올라가더라. 경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 팀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고 말했다.
장원삼은 "불펜이 참 좋다. 선발로 올라가서 5이닝을 성공적으로 던지고 나면 마음이 안정된다. 불펜이 워낙 좋으니까 절로 '오늘은 이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럴수록 선발로서 책임감을 갖고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차우찬의 발견은 올 시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차우찬은 현재 9승1패 2.2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장원삼도 후배 차우찬의 플레이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는 차우찬을 '괴물' 류현진(한화)과 같은 선상에 놨다. "(차)우찬이 공이 류현진과 똑같다. 아마 지금 류현진과 붙어도 비슷할 것 같다. 제구력도 점점 좋아진다. 잘 하니까 보기 좋다. 무엇보다 참 착하다."
"KS 우승이 목표"
이제 남은 목표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장원삼은 데뷔 첫 해이던 2006년 현대 시절에 단 한 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봤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주축 선수로 나서 팀의 우승을 이끌고 있다.
장원삼은 "올 시즌도 끝나간다. 1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몫이다. 남은 경기서 개인 최다승도 욕심난다. 15승을 목표로 했는데 꼭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베테랑의 부재가 가져오는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힘을 냈다. "(배)영수형도 있고, (정)현욱이형도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있을 때 우승 한 번 해야죠!"
[사진 = 삼성라이온즈 장원삼]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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