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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일본 내 한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욘사마’ 배용준으로 촉발된 한류 열풍은 최근 소녀시대, 카라 등 이른바 걸그룹 ‘신(新) 한류’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한류가 중장년층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대 젊은 층으로까지 확대됐다.
문화적 파급 효과 면에서 본다면 이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한류를 단순히 ‘아줌마들만의 문화’라고 애써 평가 절하했던 일본 내 일부 시각에 반하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몸소 보여줬기 때문.
연예관련 뉴스를 잘 다루지 않는 일본의 국영방송 NHK가 9시 메인뉴스 시간대 헤드라인 뉴스로 이를 보도했다는 것만 봐도 ‘신 한류’ 열풍에 대한 현지 반응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겉모습에 치중한 외모 지상주의 ‘신 한류’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내 언론들이 소녀시대와 카라,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들을 조명하면서 인기 원인을 늘씬한 각선미와 예쁜 외모, 화려한 댄스 등 단편적인 측면에서 일본인의 기호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전하면서도 보다 세밀한 음악적인 반응은 약하게 다루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국내 걸그룹들의 일본 진출이 이제 시작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가수의 본분인 음악적 퀄리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불러왔다.
이와 관련해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 일고 있는 ‘신 한류’는 J-POP 시장 내 국내 걸그룹들이 통할 수 있다는 현지 프로모터들의 판단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이같은 열풍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주얼적인 측면만 보여준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혀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공연은 가지만 판은 안 살 것이란 전망. 가요전문가들에 따르면 컬렉션 문화가 살아있는 일본에서는 책 처럼 CD판매가 죽지 않았다.
이는 국내 가요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주얼 측면만을 강조한 아이돌, 걸그룹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음악적인 다양성의 저해를 가져왔다. 곡을 쓰고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가꾸고 춤추는 것에 몰두하면서 가요계가 획일화 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음원 판 보다는 '행사용'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여성 알앤비 가수 알리, 나오미 등 음악적인 완성도가 훌륭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들 가수들이 현 가요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창의적인 뮤지션 마인드가 없는’ 몸으로 듣는 음악은 단시간 내에 식상함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신 한류’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
가요계 관계자들은 “잘 되니까 가보자는 섣부른 접근보다는 신중하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비주얼적인 측면 못지않게 음악적인 내공 다지기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일본 내 '신 한류' 열풍의 주역인 걸그룹 소녀시대(위)와 카라. 사진 = SM, DSP 제공]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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