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단독] 전국 16개 시도 조사, 해당 학교 76%가 이명박 정부 이후 도입돼
'쉬는 시간' 10분을 5분으로 반토막낸 초등학교가 전국에서 아직도 129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월 서울지역 35개 초등학교가 '쉬는 시간 5분제'를 실시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대부분 10분으로 되돌린 바 있지만, 전국 16개 시도현황이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오마이뉴스> 4월 14일치 보도 "쉬는 시간 5분까지 빼앗은 '잔인한 초등학교'" 참조 )
서울 이어 15개 시도 현황 들여다보니…
ⓒ 교과부
교과부가 국회 안민석 의원(교육과학기술상임위)에게 건넨 자료를 7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해 분석해 보니, 전국 15개 시도(서울 제외)에서 쉬는 시간 5분제를 여전히 실시하는 학교가 125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체 집계한 4개교까지 합하면 모두 129개교다. 전국 5795개 초등학교 전체를 조사한 결과다.
'초등학교 쉬는 시간 현황' 자료를 보면 '5분 쉬는 시간'을 운용하는 초등학교가 가장 많은 곳은 제주도로 전체 106개 대상 학교 가운데 43.4%인 46개교였다. 이어 전남 13개교, 전북 12개교, 경북 11개교, 경기 9개교, 강원 8개교였다. 나머지는 경남 5개교, 부산 인천 충남이 각각 4개교, 대구 광주 충북이 각각 3개교였다. 대전과 울산은 해당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쉬는 시간 5분제를 시행하는 125개교(서울 제외) 가운데 76%인 95개교가 10분 쉬는 시간을 지켜오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에 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32개교, 2009년 32개교, 2010년 31개교가 쉬는 시간을 5분으로 바꿨다.
대상 학교들은 쉬는 시간을 줄인 이유에 대해 방과후 교육활동, 사교육없는학교 운용, 급식시간 조정 등을 들었다. 일부지역에서는 '중간 운동 시간 20분 운용' 등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가 쉬는 시간을 잇달아 줄인 이유는 일제고사(국가 학업성취도평가, 교과학습진단평가) 시행 시점과 일치한다. 이에 따라 학교가 과잉 경쟁 분위기 속에서 쉬는 시간을 줄여 '방과후학교 진행 시간을 앞당기거나 학생들의 학원 편의 등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화장실 다녀올 권리 보장해야"란 지적 등에 교과부 곤혹
안민석 의원은 "아이들의 건강과 학습효과를 고려한다면 학교가 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버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학교운영의 자율보다 교육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조금은 여유 있게 쉴 수 있고, 마음 놓고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총론과 시도교육청 교육과정 운용지침에는 40분 수업시간 기준만 제시했을 뿐 쉬는 시간에 대한 규정은 없다.
교과부는 서울지역에서 쉬는 시간 5분제에 대한 인권침해 말썽이 빚어진 데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자 곤혹스런 태도를 나타냈다.
교과부 중견관리는 "새 정부 들어 쉬는 시간 5분제 시행 학교가 늘어난 것과 국가 학업성취도평가 시행을 연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5분을 절약한다고 경쟁력이 커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쉬는 시간 운용 문제는 법령상 학교장에게 권한이 있기 때문에 10분 환원을 권고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근혁 (bulgom)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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