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가르시아가 고개를 숙였다. 14일 사직 SK전이 시작되기 전 롯데 카림 가르시아는 심판실을 찾아 사과를 전했다. 하루 전 트위터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됐다. 가르시아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심판의 판정 능력은 끔찍한 수준이다. 멍청한(stupid) KBO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징계를 내렸다"고 심판진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발단은 앞서 일어난 두 번의 퇴장 때문이었다. 가르시아는 5월 20일 군산 KIA전과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심판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결국 가르시아는 시즌 잔여경기 출장정지 및 3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KBO의 행보는 그 때부터 시작됐다. 물론 가르시아의 사과로 상황은 정리됐지만 앞서 보인 KBO의 행보는 준비되지 않은 그들의 일처리 미숙을 그대로 드러냈다.
14일 KBO는 가르시아의 트위터 속 비난으로 인해 한국 야구와 심판의 권위가 떨어졌다며 추가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가뜩이나 가르시아에 대한 중징계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여론이 다시 한 번 들끓었다. 이에 KBO는 이날 오후 마이데일리와 전화통화에서 "추가 징계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 더이상의 징계 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사태를 무마하려했다.
이같은 KBO의 주장은 기사화됐고, 추가 징계 없이 상황이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KBO 측은 곧이어 다시 연락을 해온 뒤 "직원의 실수로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는 아직 논의 중이다. 개최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갈팡질팡했다.
이날 가르시아는 SK전이 시작되기 전 심판실을 찾아 사과를 전했고 약 2시간 후 KBO는 "트위터에 강한 불만의 글을 올린 롯데 가르시아와 선수단 관리의 책임을 물어 롯데 구단에도 엄중 경고한다. 향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할 경우 가중 처벌할 방침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추가징계니, 상벌위원회니 절차 이야기를 꺼내다 KBO에 불리하게 돌아간 여론을 의식해 실효성 없는 엄중경고로 상황을 면피했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는 모습이다. KBO 직원의 "죄송합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대답으로 무마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KBO의 일처리 미숙이 빚은 문제는 올 시즌만해도 수 건에 달한다. 먼저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넥센-롯데의 트레이드 사건이다. 당시 넥센과 롯데는 각각 황재균과 김민성, 김수화를 맞바꾸는 1-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금거래가 없다는 전제하에서였다. 결국 KBO는 이틀 동안 장고를 거듭한 끝에 두 구단의 트레이드를 승인했다. KBO 관계자는 "현금이 오가지 않았다는데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얼마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대답이었다.
KBO는 올 시즌 넥센이 장원삼, 이현승, 이택근을 총액 55억원과 여러 명의 선수들을 받고 각각 삼성과 두산, LG에 보내는 트레이드를 추진했을 때 '올 시즌 끝까지 넥센이 현금을 받고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조건을 내 걸고 승인했다. 이후 지난 3월 한화에 마일영을 현금 3억원을 받고 트레이드 했을 당시에도 현금이 아닌 전력보강의 차원으로 해석하고 승인했다. 원칙없는 트레이드 승인은 앞으로 수 많은 피해자를 쏟아내는 출구가 될 수 있다.
LG의 신인선수 사전 메디컬체크 파문도 빼놓을 수 없다. LG는 지난달 16일 2011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 앞서 4명의 선수에 대해 메디컬체크를 실시했다. 나머지 7개 구단과의 관례를 어긴 행위였다. 중재에 나서야 할 KBO는 이 때도 뒷짐지고 사태를 관망했다. 결국 LG단장이 나서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고 KBO는 재발방지를 위한 규약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뜻을 전했다. KBO는 15일 "이미 올 시즌 드래프트는 끝났다. 가능하면 올 11월에 8개 구단 의견을 반영해 12월중으로 일단락 지을 것이다. 내년 8월 이전에는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첫 600만 관중을 앞두고 있는 프로야구다. 국민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인 야구의 중심 KBO의 행보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야구 팬들 앞에 정작 고개를 숙여야 할 이들은 가르시아가 아닌 KBO다.
[14일 롯데 구단 관계자들과 심판실을 찾은 가르시아. 사진 = 롯데자이언츠 제공]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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