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광주항쟁 30년 후, 도쿄에서 만난 세 사람의 러브스토리 '머나먼 하늘'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혼란에 빠져있던 전라남도 광주 학생회에서는 한국인과 재일동포 2세의 애틋한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 언제 누가 사라져도 모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두 사람. 그러나 여자는 돌연 종적을 감춘다. 그로부터 30년 후.......
한일강제병합 100년, 광주민주화 운동 30년을 맞이하는 2010년 가을, 일본에서는 광주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잔잔한 러브스토리 영화가 개봉한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고교생이었던 이노우에 하루오 감독은 같은 세대가 겪었던 이 사건을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2010년 '머나먼 하늘(遠くの空)'로 탄생했다.
주연은 영화 '사토라레', 드라마 '굿럭', '모토카레' 등에 출연하고 단아한 외모로 인기가 높은 우치야마 리나(28).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머니가 재일동포인 탓인지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 20대 여성 역할을 맡았다.
재일동포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는 1980년 대부터 한국을 오가며 활동한 구로다 후쿠미(54). 30년 전의 비밀을 마음 속에 담아둔 채, 피에 이끌려 한국을 동경하는 딸에 대해 고민한다. 괜찮은 남자친구도 있는 딸이 어느 날,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불러낸 자리에는 30년 전 사랑을 약속했던 한국 남자 유정배가 있었다.
유정배 역을 맡은 배우는 '추노', '부자의 탄생', '나쁜 남자' 드라마 히트작에 연이어 출연하여 화제가 된 명품조연 김응수(49). 영화계에서 쌓은 탄탄한 캐리어를 바탕으로 현재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며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다.
영화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에 앞장선 학생그룹 리더 출신으로 30년 후, 도쿄의 투자고문회사에 전근발령 받고 오게 된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던 마쓰키 미에(우치야마 리나)와 운명적 이끌림을 느끼는 유정배(김응수)는 매주 주말마다 도쿄 거리를 같이 걸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연결된 세 사람은 잊고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처럼 가까우면서도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관계다.
영화는 9월 25일 도쿄 신주쿠 K's 시네마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개봉예정이다. 이에 앞서 16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250명 규모로 시사회가 열렸다. 한국문화에 관심있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열린 시사회였다. 주 관객층은 50대 이상의 중년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1980년에 청년시절이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상영에 앞서 무대인사에는 이노우에 하루오 감독과 주연 우치야마 리나, 구로다 후쿠미 등이 참석했다. 우치야마 리나는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 본다"며 "처음 경험해 보는 한국어 대사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함께 출연한 구로다 후쿠미, 김응수 씨의 도움을 얻어 해낼 수 있었다. 영상과 음악이 뛰어난 작품이니 즐겁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소개했다.
한국어가 뛰어난 구로다 후쿠미 씨는 "안녕하십니까"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재일동포 역할을 맡아 개량한복을 입고 나왔다. 이제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 영화처럼 한국어 대사가 많기는 처음이었다. 함께 출연하는 김응수 씨와 함께 한국어 대사를 직접 만들면서 작업한 특별한 작품이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무대인사에 함께 참여하지 못한 김응수에 대해서는 "실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이었던 김응수 씨의 경험이 영화를 촬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야기가 훨씬 설득력이 있어졌고, 김응수 씨의 연기는 리얼 그 자체였다. 평소에 자상하고 따뜻한 성격도 역할과 잘 맞아 떨어졌다"며 우치야마 리나와 구로다 후쿠미는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이노우에 감독은 "이 영화는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러브스토리이자 가족영화"라고 소개하며 관심을 부탁했고, 우치야마 리나는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사랑이야기. 다른 시선으로 한국을 볼 수 있을 것", 구로다 후쿠미는 "감독의 요구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영화다.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무대인사를 마쳤다.
제이피뉴스는 무대인사 전 '머나먼 하늘'에 출연한 구로다 후쿠미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어 영화 출연 의뢰를 받게 되었다는 그녀는 "1984년 처음 한국에 갔을 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한일관계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새삼 놀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역할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그녀는 "실제 광주민주화운동을 보고 들었던 김응수 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극본의 한국어 대사를 직접 수정해가면서 촬영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이 영화는 한국에 대한 이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관객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다를 것이다. 만일, 한국에서 개봉하게 된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인의 시선으로 본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재일동포 이야기는 한국인에게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일병합 100주년을 맞는 2010년에 이런 테마로 영화를 개봉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한국에도 꼭 개봉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구로다 후쿠미 씨 말처럼 이 영화는 일본인에 의해 씌여진, 일본인 시선의 영화다.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것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하나의 연결고리가 될 뿐으로 좋다, 나쁘다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본 음식이 유행하고, 일본에서는 K-POP 열풍이 거센 요즘, 한국의 과거사건을 소재로, 재일동포 역을 주연으로 만든 이 영화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개봉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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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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