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3년 연속 SK 와이번스에 밀려 우승 직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 각오는 대단했다. 정수근-박명환-홍성흔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자유계약선수(FA)로 다른 구단에 내 주면서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난을 들었던 두산은 유망주 금민철과 10억원의 현금으로 넥센 히어로즈 에이스 이현승을 영입했고 '재활용 용병'이 아닌 직접 현지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캘빈 히메네스와 레스 왈론드, 두 외국인 투수를 가세시켰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두산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예상대로 시즌 초반부터 1위를 질주한 두산이었지만 지난 3년과 마찬가지로 투수진이 말썽을 일으켰다. 김명제는 교통사고로 전력에서 제외됐으며 이현승은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선발로 변신한 이재우는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만에 사라졌다. 이성열-양의지의 발굴로 타선은 더욱 막강해졌지만 '뚝심'이라는 팀컬러에 걸맞지 않게 좀처럼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까닭도 마운드 탓이었다. 항상 후반기 반전을 주도했던 두산이었지만 올해만큼은 1위에서 2위, 2위에서 3위로 하락한 후 올라갈 듯 올라갈 듯 하면서도 끝내 올라서지 못하는 2% 부족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Hot Player 히메네스
두산의 사상 첫 자체발굴 외국인 투수 성공사례다. 그동안 두산 마운드를 수놓았던 다니엘 리오스, 개리 레스, 맷 랜들 등은 타구단에서 뛰었던 재활용 용병이거나 재활용 용병의 추천 선수였다. 14승 5패 평균자책 3.32는 2007년 한국 야구를 평정했던 리오스 이후 두산 선발투수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이다. 같은 3위였지만 지난 시즌 두산의 외국인 투수 크리스 니코스키와 세데뇨는 둘이 합쳐 8승이었다. 두산이 이번 포스트시즌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Cold Player 이현승
지난 1월 두산 김진 사장은 이현승의 입단식에서 "15승 정도만 부탁하자"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이현승은 지난해 14승을 올렸으며 불펜과 타선이 더욱 탄탄한 두산에서는 그 이상의 승수를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현승은 올 시즌 단 3승만 거뒀다. 이현승이 예상대로 15승을 올렸다면 두산은 15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을지도 모른다. 후반기들어 왼손 셋업맨으로 활약했지만 그 역할은 금민철이 더 적합했을 것이다.
포스트시즌 전망
3년 연속 SK의 벽에 막혔지만 올 시즌은 SK와 만나기 전에 부딪힐 벽들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실상 같은 3위였어도 지난해는 한국시리즈 진출 직전에 좌절했고 한국시리즈에만 올라갔다면 우승 가능성도 충분했었던만큼 시작 전부터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 1패로 제압한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보다 전력이 훨씬 나아졌다. 여전히 경험과 짜임새 면에서는 두산이 앞서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그만큼 우승꿈은 멀어진다. 올 시즌 7승 12패로 밀린만큼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전망. 다만 히메네스-김선우-왈론드의 포스트시즌 선발진은 리오스-랜들-김명제의 2007년 이후 가장 낫다. 선발로 전환해 고전했던 임태훈은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 정재훈-고창성에 힘을 불어넣어줄 예정이라 시즌 내내 골칫거리였던 투수진에 오히려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물의를 일으킨 이용찬의 부활 여부도 중요하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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