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올 시즌 SK 와이번스의 전망은 밝지 못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지난해의 안타까운 패배,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를 제외하면 누구도 4년 연속 우승권에 근접하지 못했기에 '김성근 SK'도 이제 슬슬 하향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불펜의 핵심이었던 윤길현과 채병용이 군입대했고 김광현, 정대현, 전병두 등 주축 투수들도 시즌 개막부터 함께 하지 못했다. 뚜렷한 전력 보강도 없었다. 한 해설위원은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를 '2강'에 놓고 SK를 '중'에 포함시키면서 전력 약화를 기정사실화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는 기우가 됐다. 4월 초반 잠시 두산에 선두를 내 줬을뿐 1위로 올라선 뒤에는 거침이 없었다. 4월 14일 대전 한화전부터 5월 4일 문학 넥센전까지 16연승을 달리자 섣부른 언론들은 역대 최다승, 역대 최다승률을 거론했다. 전반기까지 2위 삼성에 7.5게임 차로 앞서며 우승을 기정사실화했지만 후반기들어 우려했던 불펜이 과부하에 걸리고 선발진이 붕괴되면서 6연패로 고전하는 등 삼성에 2경기 차로 좁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1986-89년 해태 이후 처음으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SK 왕조'를 굳건히 세웠다.
Hot Player 김광현
류현진(한화)에 가렸을뿐이지 올 시즌의 김광현은 MVP를 차지했던 2008년을 뛰어넘었다. 17승(1위) 평균자책 2.37(2위) 탈삼진 183(2위) 승률 .708(5위)와 4일 로테이션을 시즌 마지막까지 지켜주면서 후반기들어 붕괴됐던 SK 선발진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지난해 갑작스런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뛰지 못해 팀의 안타까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맥없이 지켜봐야 했던 김광현이었기에 2년만에 돌아온 한국시리즈에서는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더욱 절실하고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리라 예상된다.
Cold Player 박재상
박재상은 지난해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켜면서 올스타급 외야수로 급성장했다. 빼어난 수비력과 빠른 발, 톱 타자와 클린업트리오를 이어주는 2번 타순에 특화된 타격 내용은 올 시즌도 SK 타선의 커다란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모든 항목에서 지난해보다 하락세를 보였고 SK 타선이 지난해보다 무게감을 잃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2군을 들락날락하느라 집중력도 떨어져 어이없는 수비 실수도 이어졌다. 그나마 시즌 막판 회복세를 보였다는 것이 긍정적. 한국시리즈에서 명예회복이 절실하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2시즌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는 '경험'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이에 따른 자신감은 다른 우승 후보군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우승을 차지한 2007-2008년만큼 선발진이 풍족하지 못하다는 것은 고민거리다. 김성근 SK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4선발을 써 가면서 3선발로 맞불을 놓았던 두산을 2년 연속 잠재웠다. 풍부한 선발자원이 그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김광현-카도쿠라 원투펀치 외에는 이렇다할 선발 카드가 없다. 불펜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기적같은 연승 행진을 이끈 글로버가 얼마나 빨리 컨디션을 회복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송은범이 마무리에서 자리를 잡은 반면 이승호는 갑작스런 선발 전환에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전병두는 선발-마무리 어디나 맡길 수 있지만 고효준은 지난해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한국시리즈까지 남은 기간 충분한 휴식과 확실한 역할 배분이 필요하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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