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본받을 점이 많은 선수죠"
한화 이글스 최진행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두산 베어스 양의지를 꼽았다. 그는 올 시즌 신인왕 수상이 유력시되는 양의지의 상승세를 높이 사고 있었다. 자신 역시 굴곡진 생활 끝에 올 시즌 자리를 잡은 터라 동료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었다.
최진행은 올 시즌 129경기에 나와 464타수 121안타, 92타점, 타율 .261을 기록했다. 특히 홈런은 32개나 때려내며 이대호(44개)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최진행은 김태균과 이범호의 빈자리를 걱정하던 한대화 감독의 고민을 덜어준 고마운 존재였다. 입단 7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다.
양의지의 2010년은 더욱 특별하다. 양의지는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07년 3경기서 1타수 무안타에 그친 후 경찰청서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올해 포수 자리를 꿰차고 127경기에 나와 374타수 100안타, 68타점 타율 .267을 기록했다. 포수로서는 처음으로 20홈런을 때려내며 신인왕감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최진행이 꼽은 양의지의 장점은 여유가 묻어나는 플레이였다. 그는 양의지를 두고 "좋은점이 많은 선수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스윙하는데도 자기가 원하는 타격을 한다. 본받을 게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준플레이오프서 두산의 키플레이어는 양의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최진행의 예상은 안타깝게도 빗나가고 말았다. 양의지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치러진 29일 잠실 롯데전에서 7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4회말 볼넷으로 걸어나간 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고, 6회말에는 첫 안타를 때려냈다. 이후 양의지는 대주자 오재원으로 교체됐다.
문제는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발생했다. 양의지는 0-1로 뒤진 2회초 2사 2, 3루 전준우 타석에서 바깥쪽 낮은 공을 요구했다. 앞서 두산 선발 켈빈 히메네스는 홍성흔에게 5개 연속으로 바깥쪽 공을 던져 볼넷으로 출루시킨 바 있다.
히메네스의 구질을 파악한 전준우는 초구를 건드리지 않고 볼로 카운트를 늘렸고, 이후 양의지는 타자에게 바짝 다가가 몸쪽 공을 유도했다. 하지만 히메네스는 가운데로 공을 꽂았고, 양의지는 그만 공을 놓치고 말았다. 포수의 순발력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 사이 롯데는 상대 실책을 틈타 팀의 첫 득점을 올렸다. 최진행이 높이 산 양의지의 '여유있는 플레이'는 처음으로 밟아본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두산은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9회 대거 5점을 헌납, 5-10으로 패했다.
김경문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양의지는 남은 준플레이오프 경기서도 주전 포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 순간의 실수는 겉잡을 수 없는 실점으로 이어진다. 모든 타자의 수를 읽고, 투수의 공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포수의 어깨는 그래서 더욱 무겁다. 이제 양의지에게는 신인왕이 아닌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돕는 선수로 발돋움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만이 남았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양의지]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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