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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무명 가수로 산다는 것은…[남안우의 멀리보기]
얼마전 전 국민을 감동케 한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슈퍼스타K2'의 영웅 허각이다. 허각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 지극히 평범한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했다. 그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고 그 꿈은 곧 현실이 됐다.
키 163cm의 우승자 허각. 잘 생기지도 키도 크지 않은 그가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건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숨은 열정, 그리고 노력이었다. 그리고 그의 우승이 무엇보다 뜻깊었던 것은 ‘잘 생기고 키도 큰’ 스타성으로 똘똘 뭉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승할 것이라고 믿었던 경쟁자 존 박을 뛰어 넘었다는 점이다.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던 그가 노래 하나만으로 성공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는 희망을 발견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역설했다. 하지만 곧바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외교부가 공고한 자유무역협정 통상전문직 공무원 특별채용 시험에 그야말로 ‘특별하게 합격’되면서 공정한 사회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열심히 노력해도 줄도 없고 빽이 없으면 ‘취직 안 된다’는 상실감은 88만원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구직자들을 한 숨 짓게 만들었다.
요즘 가요계를 보면 어쩌면 되는 가수만 되고 안 되는 가수는 뭘 해도 안 된다는 무기력한 상실감이 무명 가수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돌, 걸그룹 = 가요계란 등식이 기정사실화 돼 가고 있는 현 가요계에서 이름 없는 무명 가수들이 성공하기란 쉽지가 않아 보인다.
사실 여러 가수들을 취재하다 보면 음반은 나왔는데 설 무대가 없어 조용히 사라지는 이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이면의 씁쓸함 또한 느낀다. “노래는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란 요즘 화제인 모 광고 속 말처럼 이들에게는 노래를 알릴 수단과 방법, 즉 설 수 있는 무대가 너무 부족하다.
지상파 3사 가요 프로그램만 봐도 아이돌, 걸그룹 등 소위 잘 나가는 가수들 위주다. 시청률에 좌지우지되는 방송 프로그램이라지만 가요를 사랑하는 팬들이 비단 10대만은 아닐 터. 대한가수협회에 따르면 이 협회에 등록된 가수만 2000여 명이 넘는다. 그나마 이 숫자도 이름이 알려진 가수들이고 협회에 등록을 하지 않은 무명 가수들과 대형 기획사 가수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배에 달한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가수 간종욱은 이런 말은 했다. “다른 가수들처럼 잘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꿈을 계속해서 지켜간다는게 행복하다”고. 또 다른 혼성듀오 소울하모니도 “무대가 없어 노래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수들이 많다.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했다.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기회로부터 출발한다. 누구의 아들, 딸이라고 해서 또 출신 배경이 좋아서 그 사람이 성공한다면 상대적인 발탁감은 분노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이 악순환 되면 사회는 발전하지 못한다. 가요계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되는 음악만 쫓아가고 되는 친구들만 쓴다면 음악적 질은 퇴보한다.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다양성에 기여하는 음악이 많이 만들어지고 들려졌을 때 나올 ‘제2 제3의 허각’을 기대해 본다.
[우리 사회에 희망을 안겨준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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