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최근 독창적인(?) 프로그램들로 지상파를 위협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블 TV. 지상파에서 보지 못한 차별화 된 포맷과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개국 이래 최대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또한 이들 프로그램이 배출한 방송인과 스타들은 종횡무진 방송가를 누비며 팬덤 문화에까지 가세, 톡톡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들 중, 시원시원 마스크와 통통 튀는 말투, 거기에 정확한 전달력까지 겸비하며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새로이 다시 쓰는 진행자가 있다. CJ미디어가 배출한, 케이블 오락채널 tvN의 공채 1기 아나운서! 매일 저녁 9시 생방송 'tvN 이뉴스'를 2년째 진행해 오고 있는 그녀는 입사 2년 만에 해당 방송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매김하며 고정 팬 층을 확보, 케이블TV 아나운서로서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최유정 아나운서. 풋사과의 상큼한 향기와 영근 포도의 농익은 단내가 교묘히 믹스된 그녀가 바로, [지극히 개인적인 톡!] 첫 번째 게스트다.
지난 4일 오후 2시. 최유정 아나운서를 만나기 위해 상암동 E&M센터의 1층, 카페를 찾았다. 본인이 직접 한 핑크빛 물광 메이크업의 그녀는 짙은 방송용 메이크업을 했을 때보다 더욱 앳되고 친근한 이미지였다. 화사한 미소로 반기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쩐지 오늘의 '톡'이 지극히 개인적으로 흘러갈 것 같은 반가운 예감이 들었다.
그녀가 내게 건낸 첫 마디. "저 법인 카드 가져왔어요. 드시고 싶은 거 다 시키세요" 최 아나운서의 인사로 우리의 '톡'은 시작됐다.
먼저 그녀의 근황이 궁금했다. 매일 저녁 9시 생방송 연예뉴스를 진행하는 스케줄. 말하지 않아도 대충 감이 오는 일과지만, 어쩐지 그녀의 하루엔 뭔가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
"요즘 매일 아침마다 발레를 해요"
역시 평범하진 않았다. 발레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최 아나운서. 매일 밤늦게 끝나는 스케줄로 주로 오전 시간을 활용한다는 그녀는 최근, 발레에 재미를 붙여 아마추어 발레단으로 활동하고 싶을 만큼 심취해 있단다. 그런데 왜 하필 하고많은 운동 중 발레냐고? "헬스는 재미없잖아요" 역시 쏘 쿨~ 하다.
사실 최 아나운서의 고교시절 꿈은 뮤지컬 배우였다. 비록 부모님의 반대로 그 꿈을 접긴 했지만, 그 시절 뮤지컬배우를 꿈꾸며 발레의 기본 동작을 배웠고, 지금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연마(?)하고 있다.
현재 '발레리나 최유정'이 연습하고 있는 기술은? "턴 하는 거요"
2000: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CJ미디어 공채 1기 아나운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최유정 아나운서! 올리브TV에서 방송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 - 아나운서편'에서 최종우승을 거머쥔 그녀는, 자신의 합격 비결을 묻는 질문에 '안 되면 말고'라는 마인드를 조심스레 밝혔다.
"함께 경쟁한 다른 분들께는 조금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당시 전 꼭 돼야 한다는 긴장감을 갖지 않았어요. 시종일관 여유있게 웃으면서 시험을 쳤고 '안 되도 된다'는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적중했던 것 같아요. 면접관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도 미래의 아나운서를 꿈꾸며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을 전국의 수많은 지망생들이 들으면 속에서 '욱'할지도 모를 대답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당돌한 아니 털털한 그녀의 매력이요. 운인 것을. 면접관들 역시 그러한 그녀의 매력에서 재능을 발견! 운 좋은 한 표를 던져주지 않았겠는가.
사실 그녀가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한 기간은 고작 2개월. 지망생들이 교육을 받는 스피치 학원에서 2개월 남짓 교육을 받은 후 운 좋게(?)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그 후 입사 3개월 만에 파격적으로 tvN의 간판 프로그램 생방송 연예뉴스의 메인 MC로 기용됐고, 2년 남짓 이뉴스를 진행하며 지금껏 큰 실수 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는데.
지금까지 생방송을 진행하며 실수한 적은? 이 질문에 그녀는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뉴스의 파트너 가수 김진표와 김성주 전 아나운서에게 공을 돌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다행히 크게 실수한 적은 없어요. 파트너 복이 좋았거든요. 굵직한 남자 MC들이 옆에 있으니 마음이 든든했죠"
하지만 아무리 베테랑 MC가 옆에 있다 해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을 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연예가 소식. 그것도 생방송으로 진행해야 하는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고 최진실씨의 유골함 도난 사건. 마침 휴가를 얻어 가족들과 함께 식사 중이었어요. 그런데 긴급 편성으로 8시에 연락을 받고, 생방송 10분 전에 회사에 도착해 9시 생방에 들어가게 됐죠.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김)진표 오빠마저 휴가차 해외여행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저 혼자 진행하게 됐어요"
'아하 그 날!' 방송을 본 기억이 난다. 검은 정장을 입은 그녀는 스튜디오 중앙에 덩그러니 앉아 무난히 속보를 전달했었다. 그런데 그녀의 눈빛과 입술에서는 그 어떤 긴장감이나 실수도 읽을 수 없었다.
"사실 그 날도 떨리진 않았어요. '틀릴 게 뭐 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 생각해도 좀 뻔뻔한 것 같아요"
갑자기 시장기를 느꼈는지, 인터뷰를 나누다 말고 그녀가 초콜릿 무스 케? 한 조각을 사왔다. 그리곤 정확히 4등분으로 나눠 내게 한 조각을 건넨 후, 나머지 3조각을 눈 깜짝할 새 입 속으로 가져갔다(사실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난 그 한 조각마저도 다 먹지 못했다). 식성마저 털털한 그녀를 보며, 난 최 아나운서의 외모 관리 비결이 새삼 궁금해 졌다. 방송인으로서 뭔가 그럴싸한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그런 거 없어요. TV를 보시는 분들께 죄송할 정도에요. 방송에 나오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피부 관리 숍을 다니거나 꾸준히 운동을 하죠. 그런데 전 지나치게 민감한 피부라 평소 화장도 잘 안하고 다니고, 화장품도 베이비 제품만 써요. 트러블 때문에 관리를 받고 싶어도 못 받아요. 운동은 잘 안하는데 최근엔 발레에 재미를 붙여 열심히 하고 있어요. 살은 찌지도 빠지지도 않고 간신히 유지만"
'웁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얄밉지 않은 건, 시종일관 상대를 편안하게 배려하며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는 것. 무엇보다 부담 없이 털털한 그녀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방송에서 보여 지는 모습에서도, 그녀는 딱딱하고 정형화 된 이미지가 아니라 꾸밈없이 밝고 편안한 자신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데 그래서일까. 최근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방문자수가 폭주하고 있고 1촌평에도 팬들의 사랑이 듬뿍 배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인기 방송인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최유정 아나운서!
일촌 신청하는 팬들도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미니홈피 관리를 열심히 안 해요. 하지만 일촌 신청은 다 수락하는 편이고 쪽지 오면 답장도 보내주고요"
그 중에는 적극적인 대시를 한다든지, 구애를 하는 남자 팬들도 있지?
"가끔 짓궂은 쪽지가 오기도 해요. 예를 들어 '지금 어디 가는 길인데 보고 싶고 생각난다'같은..."
팬들에게 선물도 오지?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입사 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회사로 온 팬레터요. 빨간색 편지지에 직접 쓴 손편지였는데,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직접 손으로 써 보내주셔서 인상적이었어요. 잘 간직하고 있어요"
시종일관 특유의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던 최 아나운서였지만, 팬들 얘기가 나오자 '손발이 오그라든다'며 수줍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자신은 평범한 '직장인'이며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했던 그녀.
이쯤에서 많은 남성 팬들을 대신해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툭!하고 던졌다. 남자친구는 있는지?
"아뇨"
이상형은?
"나쁜 남자는 싫어요. 나쁜 남자인 척 하는 남자도 싫고 진중하고 인간적인 사람한테 끌려요"
그렇다면 순애보적인 남자는?
"순애보 스타일은 제가 먼저 좋아하고 나서 그 사람이 순애보를 보여 줘야죠"
정해진 이상형은 없지만 최 아나운서는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로 시카'같은 남자를 원한다고 했다. 자신보다 사이즈가 커서, 열고 또 열어도 자신을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공간이 마련된 남자. 한 마디로 존경할 수 있는 남자!(그녀에게 구애할 남자들은 먼저 '마트로 시카'부터 검색해 보시길)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끝나갈 때 즈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2000: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CJ미디어의 공채 1기 아나운서로 뽑힌 최유정 아나운서. 아직은 생소한, 그래서 희소성 있는 '케이블 TV 공채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가?
"공중파 아나운서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점은 아직 정확히 모르겠어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고 지상파의 경우 보도 뉴스, 교양 프로그램, 라디오 등의 진행을 통해 말 그대로 아나운서로서 자질을 키워 가는 데 반해, 케이블TV 아나운서는 분명 지상파에서 요구하는 자질과는 다른 역량을 요구하고 있죠. 연예인에 가깝지만 연예인은 아니고, 뉴스를 진행하지만 지상파 앵커와는 다른 진행 콘셉트. 경쟁력 있는 케이블TV 채널이 확대되고 있는 데 반해, 아직 '케이블 TV 전문 아나운서'라는 직군은 보편화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아나테이너'처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야 겠다는 의무감도 갖게 되고요.
대답을 하고, 옅은 숨을 내쉬며 살포시 아랫입술을 깨무는 그녀. 사뭇 진지한 그녀의 눈빛은 더 할 말이 있다는 듯 여운을 남겼다. 마치 추수할 때를 상상하며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손놀림처럼 그녀의 눈빛도 그렇게 희망에 찼다.
"공채 1기. 1기라서 느끼는 부담 같은 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아직 해 놓은 게 별로 없어서 훗날 후배들도 많아지고 경력이 쌓여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을 때 '최유정이 1기잖아' '최유정을 시작으로 이렇게 왔잖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날을 기대하며 지금은 그저 매일매일 주어진 방송에 최선을 다 할 뿐이에요" 그리고,
"케이블TV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고 싶습니다"
그녀의 의미심장한 다짐을 듣고 나니, 어느새 가득 충전해 온 노트북 베터리가 힘없이 빨간 불을 깜빡이고, 2잔째 주문한 커피도 바닥이 났다. 나름대로 다양한 질문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풋풋함과 농익음의 경계에서 참으로 착하게(?) 일관성을 유지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가 말했다.
"빨리 서른다섯살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깊이 있을 것 같은데"
서른다섯살의 최유정 아나운서. 6년 뒤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어쩐지 최 아나운서는 먼 훗날 10기, 20기 후배를 맞이하고 베테랑 방송인이 되어서도 그녀 특유의 털털하고 여유 있는 매력을 고수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것은 겸손도 자만도 아닌, 그저 '최유정'이란 사람. 그녀가 지닌 매력. 그 뿐인 거다. 아! 물론, 그 때쯤이면 케이블TV 아나운서로서의 정체성도 확립해 있겠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나운서계의 뉴 트렌드! 새로운 거울로서 말이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