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강지훈 기자의 스탯바이스탯] 지난 10월 25일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올 시즌 타격 7관왕 이대호는 기자단투표 총 92표 중 59표를 얻어 MVP에 올랐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2위에 그친 류현진(23·한화 이글스)이 얻은 30표였다.
포스트시즌에 오른 롯데와 최하위 한화라는 팀 성적,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7관왕에 오른 이대호와 4관왕을 달리다 결국 평균자책점과 탈삼진만 가져간 류현진의 개인 성적이 합쳐져 일부 언론에서는 이대호가 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 MVP를 수상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류현진 역시 이대호의 몰표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박빙까지는 아니었지만 류현진이 체면을 차릴 정도는 됐다.
이는 류현진의 2010년이 단지 '최하위팀의 2관왕 투수'라는 타이틀만으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빼어났기 때문이다. 2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라는 비공인 세계신기록만이 아니더라도 류현진의 2010시즌은 한국 프로야구를 통틀어 몇 안되는 에이스 반열에 그의 이름을 올려도 될 만큼 훌륭했다.
투수의 능력을 비교하는 가장 손쉬운 잣대인 평균자책점으로 살펴보자. 올 시즌 192⅔이닝을 던진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82다. 지난 1995년 조계현(당시 해태)의 1.71 이후 15년만에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하지만 당시 조계현은 마지막날 등판해 꼬박 정규이닝인 126이닝을 채우고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 갔다. 1993년 선동열(당시 해태)도 126⅓이닝만을 던져 0.78을 기록했다. 올 시즌 류현진처럼 200이닝 내외를 던지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1991년 1.55를 기록한 선동열이 마지막이다. 즉 류현진의 190이닝 이상, 1점대 방어율은 19년만에 배출한 기록인 셈이다.
다음은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살펴볼 차례다.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평균자책점은 4.58에 달했다. 류현진과는 무려 2.76 차이다. 류현진은 리그 평균치의 투수보다 매 9이닝동안 3점 가까이 덜 실점한 셈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이보다 리그 평균과의 차이가 컸던 평균자책점 1위는 최고의 타고투저 시대로 기억되는 1999년의 임창용(당시 삼성)뿐이다. 당시 임창용은 2.14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평균(4.98)보다 2.84나 낮았다. 하지만 당시 임창용은 138⅔이닝을 던진 마무리 투수였다. 선발 투수보다 매이닝 전력투구를 하는 불펜 투수의 평균자책점 관리가 용이한 것은 상식이다.
또 하나 대단한 것은 리그 평균과의 차이가 가장 컸던, 가장 압도적인 평균자책점 1위 10걸 중에서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91년 선동열뿐이라는 점이다. 당시 선동열은 203이닝을 던지고 1.55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평균(3.96)보다 2.41 앞섰다. 이는 프로야구 역대 8번째로 큰 차이다. 또 프로야구 29시즌을 통틀어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도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91년과 1986년(262⅔이닝 0.99) 선동열뿐이다.
평균자책점이 이닝이터들의 공로를 공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개념 중 '런세이브(Run Saved)'가 있다. 리그의 평균치 투수와 비교해 해당 투수의 실점률을 산출한다. 올 시즌 류현진의 런세이브는 59.1에 달했다. MVP 후보에 함께 올랐던 김광현은 47.5로 차이가 상당하다. 2006년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했을 때 류현진의 런세이브 역시 올해의 절반 수준인 30.2에 불과했다.
위의 기록들에서 번번히 류현진과 비교됐던 91년의 선동열 역시 54.4로 2010년의 류현진보다는 낮다. 1999년의 정민태(62.5)와 86년의 선동열(61.0)만이 류현진보다 근소한 차로 앞섰을 뿐이다. 비록 MVP는 수상하지 못했지만 2010년의 류현진은 MVP를 받았던 2006년보다 더욱 진화한 진정한 '괴물 시즌'이었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