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앞으로 생태는 동태로 하고 삼치는 꽁치로 구입할 것', '두부는 비싸니 많이 넣어 찌개식으로 하지 말고 각종 찌개에 3~4점씩만 양념으로 사용할 것'.
6년 동안 이런 사소한 내용까지 모든 대화를 메모지로 해온 부부에게 이혼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등법원은 12일 A씨(76.여)가 남편 B씨(80)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을 받아들이고 남편 B씨에게 재산 분할로 2억9000만 원을 A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969년 결혼한 A씨와 B씨는 가부장적이고 경제관념이 투철한 B씨의 성격 때문에 결혼생활 내내 불화를 겪었다.
사사건건 다투던 이 부부는 결국 서로 말을 안하게 됐고, 2003년부터는 메모지로 의사 소통을 하는 엽기적인 단계에 이르게 됐다. 메모지 대화는 주로 남편 B씨가 지시를 내리고 A씨가 마찬가지로 메모지를 통해 대답했다.
남편 B씨는 시장에서 살 품목이나 요리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아내에게 메모지로 지시했다. 또 '남편을 섬기지 못하고 피곤하게 하는 여자 이젠 싫다' 등 가부장적인 내용의 메모도 서슴지 않았다.
2008년에는 깻잎 반찬이 없다며 A씨는 B씨에게 멱살을 잡혔다 병원 신세를 졌고 결국 그후 집을 나가게 됐다. 결국 A씨는 열쇠수리공의 도움으로 집에서 몰래 각종 서류를 챙겨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번 이혼 판결을 내리며 "B씨는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가정을 이끌어오다 급기야 2003년부터 이른바 '메모지 생활'이라는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A씨를 통제하고 간섭하며 폭력까지 휘둘러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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