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의 열기가 한참 끓어오르고 있는 가운데 농구계의 시선은 김승현의 향후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KBL은 지난 11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보수조정 결정에 대해 불복하고 지정된 보수 이외의 금전 및 대가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김승현에게 임의 탈퇴 공시라는 징계를 내렸다. 규정상 임의탈퇴로 공시된 선수는 타 구간 영입이 불가능하며 선수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선수계약 또한 정지된다. 사실상 농구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1-2002시즌 프로에 데뷔한 김승현은 '만년 하위권'이던 동양(현 오리온스)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프로농구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휩쓰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또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는 신들린 듯한 스틸 능력을 뽐내며 한국에 20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렇듯 프로농구의 인기를 주도했던 김승현은 2006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다. 당시 다른 구단은 김승현을 데려 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태였다. 이에 오리온스는 연맹의 샐러리캡 규정을 피해 5년간 연봉 10억 5000만원, 총액 52억 5천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이면계약으로 김승현을 붙잡았다.
하지만 2007년부터 김승현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2008시즌 21경기 출전에 그치며 공격 전 부문에서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김승현의 몰락과 동시에 팀도 하향세를 탔다.
김승현은 2008-2009시즌, 전년도에 비해 18경기나 많은 39경기에 출전하며 팬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듯 했다. 그러나 김승현은 '이면 계약 파문'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2009년 연봉 협상이 불발되자 김승현은 2006년 당시의 이면 계약서 문건을 언론에 공개, 파장을 낳았다. 파문이 커지자 KBL은 양측에 중징계로 이면 계약 문건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선언했고 김승현이 KBL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연봉 협상은 여전히 난항이었다. 지난 7월 연봉협상 과정에서 김승현은 6억원을 요구했고 구단은 3억원을 제시했다. 결국 KBL이 개입돼 오리온스의 손을 들어줬고 김승현은 3억원에 최종 사인했다.
결국 김승현은 미지급 연봉 12억원을 받기 위해 9월말 구단에 민사 소송을 거는 최후의 방법을 택했다. 이 사실을 한 달 후에 알게 된 오리온스는 KBL에 알렸다.
KBL은 마지막으로 "선수 생명을 위해" 원소속 구단으로의 복귀를 권했다. 구단 측도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소송을 취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는 했지만 취하했을 경우에 그 이후의 처리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소송을 취하하더라도 다시 구단에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것과도 같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애초에 지키지도 못할 계약서를 만들어서 김승현을 잡은 구단은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선수와 구단사이의 신뢰를 먼저 저버린 것은 오리온스다. 이면 계약이든 뭐든 계약 당시에 없었던 조항인 부상으로 인해 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을 갑자기 만들어낸 것은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이면계약서가 들통 난 것은 구단으로서는 오히려 돈을 아끼게 될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또한 김승현을 트레이드도 시키지 않고 2군에 머물게 한 것은 선수를 더욱 자극시키는 일이었다. 어찌됐건 선수를 코트로 보내 뛰게 했어야 했다.
김승현도 고액으로 몸값이 오르면서 농구에 대한 절실함이 없어진 듯 했다. 프로 선수가 돈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며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했다. 최근 그와 관련된 소식은 돈관 관련된 문제가 많았다. 김승현은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어야 자신의 권리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항간에는 허리 부상 후 재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라는 이야기도 나돌아 구단으로서는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는 소문도 들렸다.
선수와 구단 모두 잘못한 일이지만 현재 KBL게시판은 김승현의 임의 탈퇴 요청을 철회해달라는 농구팬들의 글들로 가득 차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그를 위한 청원 서명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김승현의 입장이다. 현재 김승현은 15일 예정되어 있던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아직도 그의 멋진 플레이를 잊지 않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 김승현은 얼른 팬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한다.
[사진 = 김승현]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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