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디지털세대의 음악 풍경은?-셀프뮤디족, 후크송, MR제거, 그리고 프로슈머로서의 음악소비자: 디지털세대의 대중음악의 의미와 역할, 소비양태
“음악도 패션처럼 날 드러내는 아이템중 하나다. 그래서 난 휴대폰의 벨소리,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음악도 나의 개성과 스타일에 맞는 것을 선택 한다.”“그냥 음악을 들으면 즐겁고 기분 좋지요. 과거 실연당했을 때 유행가를 들으며 내 심경을 어찌 이리 잘 표현했는지 공감도 했지요.”
첫번째 이야기는 20세의 젊은 한 여대생의 말이고 두 번째 말은 마흔아홉살의 남성 직장인의 말이다. 두 사람 말에는 대중음악에 대한 의미와 소비 양태의 차이가 드러나고 이 차이의 근저에는 0과 1이라는 이진수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디지털이 자리한다.
테크놀러지는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생활, 그리고 문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테크놀러지가 모든 것을 규정하고 지배한다는 기술 결정론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디지털이라는 기술은 우리의 삶과 문화, 세대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디지털 키즈 혹은 디지털 세대’로 명명되는 10~20대들은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세례 속에 자란 세대로 이들에게 대중음악의 의미와 소비양태는 이전의 아날로그 세대로 명명되는 중장년층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음악의 트렌드 역시 이전 세대와 확실한 차별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대중음악을 소비하는 의미와 활용 행태는 분명 디지털 세대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단초가 된다.
디지털 세대에겐 음악은 단순히 듣고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중음악은 자신의 또다른 아바타(분신)이자 자신의 존재나 개성을 드러내는 강력한 기표중 하나다. 바로 디지털 세대를
‘셀프뮤디(self music coordinater의 줄임말)족’으로 호명하는 것에서 대중음악의 의미와 효용은 단적으로 표출된다.
셀프뮤디족은 ‘음악과 나는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구매해 미니홈피, 블로그, 휴대폰 벨소리 등 온오프라인 일상 속에 전면 배치해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음악을 통해 드러낸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급속도록 진화하고 확대되면서 사회적 위상이나 부와 권력의 소유 유무에 의한 객관적 물적 관계형성에서 벗어나 분위기나 느낌, 스타일에 의한 감성적 관계형성이 보편화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BGM(배경음악)이나 휴대폰 벨소리는 자신의 또 다른 아바타 역할을 하고 있다.
변형과 합성 그리고 무한복제가 특징인 디지털 기술은 디지털 세대에게 음악의 새로운 소비양태를 보이게 했다. 노래에 자신의 심경을 대입시켜 공감하며 듣는 것으로 즐기던 단순하고 수동적인 소비 양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구매한 대중음악의 콘텐츠에 변형을 가하거나 합성을 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즉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서의 적극적인 수용자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음악에 새로운 연주나 노랫말을 붙여 합성한 음악 콘텐츠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키거나 좋아하는 음악의 원전을 패러디한 음악을 만들어 네티즌 등에게 공급하는 대중음악의 프로슈머로서의 디지털 키즈의 모습은 이제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프로슈머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붐을 이루고 있는 표절곡 잡아내기와 MR(음악반주용 녹음)제거를 통한 가수의 가창력 검증이 바로 그것이다.
이효리가 지난 4월 4집 앨범을 발표했다. 중년층 소비자는 그냥 이효리의 음악을 들으며 즐겼다. 하지만 디지털 키즈는 달랐다. 이들은 이효리 앨범 수록곡중 ‘하우 디드 위 겟(How Did We Get)’, ‘브링 잇 백(Bring It Back)’ 등 7곡의 원곡 외국곡을 찾아 함께 올려 표절임을 밝혀냈는가 하면 최근 컴백한 손담비의 신곡 ‘퀸’의 MR을 제거한 뒤 손담비가 부른 노래를 들려줘 가창력의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처럼 디지털 키즈는 음악을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프로슈머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디지털 세대는 아날로그 세대와 음악에 대한 의미와 활용양태 뿐만 아니라 음악의 트렌드에 있어서도 변별점을 갖고 있다.
‘빠르게 더 빠르게’가 모토가 된 디지털은 젊은 디지털 키즈에게 새로운 문화를 형성시켰다. 퀵백(Quick-back)문화가 바로 그것인데 퀵백이란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고싶어 하는 디지털 키즈의 문화로 ‘디지털 조급증’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이 디지털 키즈의 퀵백문화와 요즘 대중음악계에 주류가 된 음악 트렌드, 후크송(Hooksong)은 깊연 관계를 갖고 있다.
원더걸스의‘노바디’, 손담비의 ‘미쳤어’, 소녀시대의 ‘지’, 브라운아이들걸스의 ‘어쩌다’처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단순한 리듬, 반복되는 멜로디 즉 흔하게 말하는 후렴구가 특징인 전형적인 후크송이다. 전통적 형태의 대중음악이 ‘인트로-버스-브릿지-후크’형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비해 최근의 디지털 키즈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후크송은 인트로를 아예 없애고 후크를 초반에 넣어 음악 소비자들이 음악에 빨리 반응하게 만들었다.
이는 바로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퀵백문화에 조응하려는 음악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제작자들은 디지털음원시장의 활성화로 10~15초 들려주기로 소비자들이 음악을 구매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으면서 짧은 순간에 임팩트를 주는 후크송을 쏟아내고 있다.
한 가지 일에 15분 이상 집중하지 하지 못하는 쿼터리즘(Quarterism) 특징을 보이는 디지털 세대들은 또한 음악을 장기간 반복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 아니면 일주일 소비하고 버리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음악의 소비순환 주기를 극도로 단기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달 이상 장기간 히트하는 것은 디지털 세대에게는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디지털 세대는 이처럼 대중음악에 있어서도 기존 세대와 다른 음악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음악을 소비하는 활용하는 양태 역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이 차이점이 디지털 세대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강력한 단초중 하나다.(‘꿈나래21’ 1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디지털세대에게 대중음악은 자신을 드러내는 또 다른 아바타다.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