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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톱스타 한석규와 김혜수가 1995년작 ‘닥터봉’ 이후 15년 만에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이층의 악당’(감독 손재곤)이 첫 공개됐다.
서스펜스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한 ‘이층의 악당’은 15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을 보였지만 ‘캐릭터’에만 치중해 ‘스토리’를 놓친 아쉬운 영화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층의 악당’은 고미술 밀매업자 창인(한석규 분)이 중국 왕실의 다기를 훔치기 위해 연주(김혜수 분)와 그의 딸 성아(지우 분)의 집에 세 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4일이면 가능하다”고 호언 장담하던 창인은 의외로 조심스럽고 의심 많은 연주 모녀에 의해 다기 절취에 번번이 실패한다.
이 작품에서 한석규와 김혜수 두 사람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한석규는 까칠하고 버릇 없지만 대의를 위해 ‘연주’에게 살갑게 대하는 창인 역할을 능글맞게 잘 해냈고, 김혜수 또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연주 역할을 정말 정신병 환자처럼 잘 해냈다.
화내고 달래고 곤란해 하는 한석규의 창인과 까칠하고 자조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김혜수의 연주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들 매력적인 캐릭터를 잇기에는 스토리의 단절이 심했다. 서스펜스 코미디라는 장르를 표방했지만 극 중, 서스펜스를 찾기는 힘들었다. ‘다기’를 찾기 위한 과정이 연주와 창인을 잇는 매개체라지만 영화에서 이 같은 설정은 그저 영화의 초반을 진행하기 위한 ‘설정’으로만 존재했다.
또, 연주와 창인이 가까워지는 장면 또한 지나치게 축약돼 미망인에 대한 그릇된 오해로 남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러닝타임이 115분이나 되는 긴 영화에서 이 같은 축약이 이뤄지는 것은 불필요한 전개가 많으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층의 악당’에는 꼭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많이 개입해 있다. 파출소 순경으로 연주를 짝사랑하는 ‘오순경’(이장우 분)은 존재 자체가 미약할 정도였고,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던 ‘성아’의 짝사랑 남 ‘현철’(동호 분) 또한 극중, 개입도가 낮은 채로 출연 비중만 높았다.
그래서 밖으로 도는 캐릭터와 이야기가 ‘이층의 악당’의 스토리에 개입되면서 주가 되야 하는 ‘연주’와 ‘창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2006년 최강희 박용우가 출연한 수작‘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손재곤 감독의 신작인 ‘이층의 악당’에서 손 감독은 충분히 캐릭터의 설정을 만들었지만, 그 캐릭터가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한 곳에 모으는데는 실패했다.
한석규, 김혜수 두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다. 하지만 ‘창인’과 ‘연주’가 하룻밤을 갖는 과정이나 열린 결말을 표방해 순식간에 마무리 되는 결말은 ‘왜 그렇게 돼야 했나?’는 대목과 동시에 황당함마저 감돈다.
['이층의 악당' 스틸컷]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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