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13억 중국에 왜 똑똑한 11명이 없을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중국 축구가 또 한번 한국에 발목 잡혔다.
중국은 15일(한국시각)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서 한국에 0-3으로 패하고 무너졌다.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서 중국 성인 대표팀이 한국을 3-0으로 격파하며 '공한증'을 깨는 듯 했지만 이날 패배로 한국에 완벽한 복수를 당했다.
중국은 수영, 탁구, 체조 등 여러 종목에서 강한 명실상부 스포츠 강국이지만 유독 축구만은 아시아 2류를 못 벗어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 밀린 것은 물론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북한도 따낸 본선 티켓을 획득하지 못해 전세계가 축구 열기로 가득찼던 지난 여름을 조용히 보내야 했다.
일각에선 13억이 넘는 중국 인구 중에서 어떻게 축구 잘하는 11명을 뽑지 못하냐며 조소를 보낸다. 하지만 아무리 인구가 많더라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처럼 훌륭한 선수들을 발굴 육성 하는게 더 중요하다. 이는 11억 인구의 인도나 1억 6천만의 방글라데시를 보더라도 분명하다.
중국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미국과 함께 수많은 금메달을 따냈지만 대부분 단기적으로 성과가 뚜렷한 종목에 치우쳐 있다. 지난 6월 '뉴욕타임즈'에 실린 '중국 축구 스타는 어디에 있나?'(Where Are China’s Soccer Stars?)란 기사에서 수전 브로넬 미국 미주리대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의 스포츠 선수 육성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브로넬 교수는 "중국 축구는 최근 20여년간 거의 발전이 없었다"며 "중국의 스포츠 육성 시스템은 올림픽 메달 종목 위주로 매우 어릴 때부터 특수한 훈련을 통해 이른 시간에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 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축구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선수들의 능력이 발휘되는 종목에는 이 같은 시스템이 적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의 부진에는 중국이 급격히 성장하는 최대 개발 도상국이란 사실도 맞물린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인구 증가 억제와 한정된 자원 보호를 위해 여러 지역에서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외아들로 자란 아이들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며 협력과 단결 보다는 개인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자라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유난히 정신력을 강조해 어릴 적부터 팀의 승리를 최대 목표로 두고 훈련한다. 개인기 등 선수 개개인 능력의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도 있으나 반대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는 중국 선수들보다 월등히 뛰어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공한증'은 중국 선수들의 정신력을 더욱 약화시킨다. 중국은 한국과의 A매치에서 32년간 1승11무16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첫 승리를 하기 전까지 무려 30여년동안 매번 한국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이는 경기 중 불리한 상황에서 중국 선수들에게 패배의 공포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병역 혜택이란 옵션까지 걸려 있어 꼭 이기겠다는 정신력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중국은 그동안 폐쇄적인 사회구조와 관료주의적인 병폐가 더해져 축구계에 승부조작, 뇌물 수수 등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프로축구리그의 팀 수나 관중 규모 면에선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어두운 병폐가 자리잡아 있다.
중국 축구는 규모가 커지며 도박과 접목됐고 스포츠 복권이 합법화 되면서 큰 돈이 축구판에 흘러들었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일부 축구 구단은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했고 폭력 조직도 개입됐다는 의혹도 끊임 없이 제기됐다. 또한 축구 대표 선발 과정에 뒷돈이 오갔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중국 축구 스스로가 아시아 정상 도약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서 중국에 승리한 한국 대표팀. 사진 = 중국 광저우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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