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마이데일리 = 중국 광저우 특별취재반] 한국 태권도 대표팀이 호구(護具)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호구(虎口)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호구(護具)란 태권도서 상대방 타격으로부터 몸을 지키고 점수를 매기는 데 사용하는 장비를 의미하며 호구(虎口)란 어리숙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즉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이 다른 국가의 호구(虎口) 노릇을 하게 생겼단 의미다.
태권도 대표팀은 일정 첫날인 지난 17일 광저우 광둥체육관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87kg급에서 박용현(19.용인대)이 은메달을 따낸 것을 제외하고는 남자 74kg급의 장경훈(25.수성구청)과 여자 46kg급 황미나(20.동아대)가 모두 1회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둘째 날인 18일에 남자 87kg 이상급 허준녕(23.삼성에스원)과 여자 57kg급 이성혜(26.삼성에스원)가 금메달을 획득하며 선전했지만 이틀동안 여섯 체급서 금2, 은1에 그쳐 종주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당초 대표팀의 목표는 출전한 12체급서 8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19일 경기를 포함해 남은 6체급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야만 겨우 달성 가능해졌다. 이같은 대표팀의 부진은 이번 대회부터 처음 도입된 '전자호구'의 영향이 크다.
놀랍게도 대표팀이 이번 광저우 대회 공식 전자호구로 연습한 기간은 1달 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동안 한국은 국내 대회서 KP&P사의 전자호구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광저우 대회 공식 전자호구는 KP&P사가 아닌 라저스트사의 전자호구이며 한국은 지난 9월이 돼서야 대회 조직위원회 통보를 받고 알게 됐다.
결국 지금껏 훈련해 오던 전자호구가 아닌 라저스트사의 전자호구로 긴급히 대회를 준비한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부진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라저스타사의 전자호구는 정확성과 타격 면적으로 득점을 판단하는 반면 KP&P사의 전자호구는 정확성 보다는 강도에 초점을 맞춘다. 선수들의 전자호구의 종류에 따라 발차기 각도나 힘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한국 대표팀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그동안 세계선수권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라저스트사의 전자호구가 사용되고 있는데도 한국만 라저스트사의 제품을 허용하지 않고 KP&P사를 고집했다.
우리가 고집을 피우는 사이 경쟁국인 중국과 이란은 이미 예전부터 라저스트사 전자호구로 연습하며 국제 대회에 적응해 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의 체면만 내세우다 대회 직전에서야 울며 겨자먹기로 전자호구를 바꿔 자존심도 잃고 금메달도 잃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남은 대회 일정동안 과연 한국 태권도 대표팀이 새 전자호구에 적응해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위)- 63kg급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대훈. 사진 = 대한태권도협회]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