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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국 여자 럭비대표팀의 유일한 고등학생 채성은(17)이 감동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광저우대학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럭비 A조 예선은 한국의 0-51 완패로 끝났다. 22일 열린 태국과의 경기도 0-48 한국의 패배로 마쳤다. 2경기 동안 99점을 내준 한국은 단 한차례 '트라이'(상대 골라인 안 지면에 럭비공을 접촉시키는 득점)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여자 럭비 대표팀은 지난 6월에야 만들어진 5개월 된 초보 대표팀으로 대학생, 회사원, PD 등 이력과 나이도 제 각각이다.
특히 대표팀 막내이자 유일한 여고생 채성은(17)은 이전까지 축구와 펜싱에 뛰어들었던 특색있는 경력의 소유자이다.
채성은 선수의 어머니인 이경란 씨는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딸이 럭비 국가대표가 되기까지의 사연을 전했다. 이씨는 "성은이가 중 1때까지는 축구 선수였어요. 하지만 워낙 몸을 안사리다보니 너무 많이 다쳐서 엄마로서 운동을 말릴 수 밖에 없었어요"라고 밝혔다.
결국 채성은은 어머니의 권유로 축구를 관두고 펜싱으로 종목을 전향했다. 그러나 축구를 하며 달리던 그녀의 마음에 실내 운동인 펜싱이 마음에 찰 리 없었다. 채성은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축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펜싱을 그만 두었다.
어머니에게는 운동을 안하고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어릴적부터 운동을 하며 자라온 채성은에게 예전같은 밝은 표정은 볼 수 없었다. 어머니 이경란 씨도 딸의 활력 없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던 찰나 럭비 국가대표 선발 공고를 접하게 된다.
이씨는 "공부도 힘들어 하고, 한 번 럭비 대표팀에 도전해 보라고 했죠. 대표 선발전이 있던 날 럭비공을 처음 만져봤는데 바로 합격해버렸어요"라며 "다칠까봐 걱정돼서 축구 그만두게 했는데, 결국 몸싸움도 많은 럭비를 하게 됐네요"라고 전했다.
한 번에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로 운동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채성은은 실력 못지 않게 귀여운 외모도 지니고 있다. 지난 7월 SBS 예능프로그램 '영웅호걸'이 럭비 여자 국가대표팀과 촬영을 했을 당시 아이유, 지연 등 아이돌 사이에서도 예쁜 외모가 눈에 띄었다.
현재 럭비 대표팀은 주장 이민희(23)와 민경진(26)을 제외하고는 채성은을 포함해 럭비 경험이 전무하다. 또 한국 내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실업팀도 포함해 여자 럭비 팀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이들 럭비 여자 대표팀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유일한 고등학생인 채성은은 대학생이거나 일반인인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다시 학업의 길로 돌아오게 된다. 현재 인천 가림고등학교 2학년생인 채성은은 대표팀 훈련 때문에 수개월 동안 학업 보다는 럭비에 전념해왔다.
어머니 이씨도 딸의 미래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힘들게 운동해 왔는데, 경기하는 걸 보니 눈물이 나더라구요"라며 "럭비 팀이 없어서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에요"라며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채성은도 럭비 여자 대표팀의 열악한 수준과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모르지는 않을 터지만 어머니는 럭비를 향한 딸의 열정을 전했다. "럭비를 너무 좋아해요. 겁도 많고 다치면 울고 오는데도 거친 운동을 좋아해요"라며 채성은의 지나친 열정에 부상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채성은을 비롯해 12인의 럭비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이 아닌 1승이다. 어쩌면 '트라이' 한 번 하기도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영화 '국가대표' 못지 않은 가슴 애절한 사연을 안은 이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예정이다.
['럭비 얼짱' 채성은(위)과 SBS '영웅호걸' 출연 모습. 사진 = 채성은 미니홈피 - SBS 화면 캠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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