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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50대 초반의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한 택시 기사님이 이렇게 말했다. “집 근처에 음반 매장이 없으니 이거 원 어디 가서 사야 하는지... 그렇다고 시내로 나갈 수도 없고...”
이 택시 기사님은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해 사망한 故 마이클 잭슨부터 요즘 최고 유행중인 소녀시대 걸그룹까지 해박한 팝과 가요 지식 보따리를 기자에게 풀어놨다. 서울 홍대로 가는 길, 택시 밖에선 소녀시대의 최신곡 ‘훗’이 흘러 나왔고 택시 안에선 라디오 전파를 타고 故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귓가에 맴돌았다.
음원 홍수다. 음반은 사라진지 오래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나 들려오는 음악들에 그대로 노출 돼 있지만 정작 음반을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길거리 음악은 많은데 음반 살 매장은 없다.
“요즘 누가 CD로 노래 들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본 듯 기사님은“젊은 사람들이나 그렇지. 어디 나이든 사람들 이어폰 끼고 다니나요. 노래 듣고 싶어 하는 저같은 사람들은 그냥 라디오만 쭉 켜놓고 있는 거죠”라고 대답한다.
기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현 음원 시장에 소외된 40~60대 중장년층 음악 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만도 하다. 그렇다고 지금의 가요시장을 과거로 되돌릴 순 없는 것이 현실이다. 70~80년대 턴테이블로 대변되는 LP레코드와 테이프, 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까지 가요시장을 주름잡았던 CD는 이제 골동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루하루 급속하게 발전하는 현대 사회 속에 국내 가요시장이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안 좋게만 볼 수는 없지만 왠지 뒷맛은 개운치 않다. 음원 시장보다 음반 시장 때가 훨씬 좋았다는 가요계 종사자들의 하소연 때문이다.
아이돌 가수를 키운 한 가요 관계자는 “음원 시장이 음반 시장만 못해요. 요즘 누가 CD로 앨범을 내놓나요. 다 싱글로 된 음원이지. 정규 앨범 내놓았다간 본전도 못 건져요. 안타깝죠”라고 말했다.
노래를 듣는 소비자나 제작하는 생산자나 모두가 앓는 소리다. 이렇게 된 데는 음반을 만들어봐야 살 사람이 없는 협소한 소비 시장구조와 불법 음원 다운로드, 음원 수익 배분의 불합리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음반시장에서 CD 1장을 팔았을 경우 기획사들이 챙길 수 있었던 수익률은 대개 50%정도였다. 많게는 60%도 가져갔다. 1만원이라고 했을 때 5000~6000원 정도가 기획사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음원 시장에서의 수익률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음원 유통업계에 따르면 벨소리, 통화연결음,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음원 1개가 유통됐을 경우 25%~35%의 수익률이 기획사 몫이다. 음원 1개 당 100원이라고 했을 때 30원 안팎이다.
그나마 음원 경쟁이 심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워낙 10~20대 젊은 층 위주의 시장이다 보니 음원차트 1위에 있어도 신곡이 나오면 뒤로 밀리기 일쑤다.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선 1주일 이상 상위 5위권을 유지해도 ‘대박’이다.
반대로 미국과 일본은 50~60% 정도의 수익률을 기획사에 돌려주고 있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는 선 순환 구조다. 기획사들은 분배 받은 수익으로 또 다른 음악을 제작한다.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음원 보단 음반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돌아오는 수익이 적다보니 국내 기획사들은 음원 시장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가요 관계자들은 곡이 많이 들어가는 CD를 만들어 찍어내는 음반보다는 그나마 안정적인 디지털 음원에 전념할 수 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음반 시장은 분명 저물어 가고 있다. 대신 음원 시장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소비자나 생산자나 불만이다.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등 음악을 듣는 이도 판매하는 이도 만족스러워 할 발전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0 아시안송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국내 톱가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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